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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엿보기-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새로운 시대, 생활을 실험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저자 이토 히로시 인터뷰 2회

by 나와 우리의 삶에 기여하는 지식교양 2015. 8. 21.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의 저자 이토 히로시가 <겐다이비즈니스>와 한 인터뷰 제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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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지 『겐다이비즈니스(現代ビジネス)』  2012년 12월 16일
요네다 히로히코의 <새로운 시대, 생활을 실험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시리즈 대담 제2회

 

'전투적이지 않은' 사람의 생존법
“처음에는 큰 돈을 벌지 못하지만 일이란 키워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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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등학교 '취직률 100퍼센트'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비정규직 일도 포함되어 있고
배운 것과는 전혀 관계 없는 분야에 취직하는 경우도 많아

 

 

요네다: 자유기고가, 몽골 투어 다음에 이토 씨가 한 생업은 무엇인가요?

 

이토: 몽골 투어는 기존 여행 상품에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했지만 그다음에 만든 일은 학교에 불만이 있어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사실 대학에 간 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특성화 고등학교 등 취직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 이야기를 들어보면 취직률이 무척 나쁜 것 같더라고요. '취직률 100퍼센트'를 내세우는 등 표면상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정규직 일도 포함되어 있고 배운 것과는 전혀 관계 없는 분야에 취직하는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자면 의류업계에서 그런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어요.

 

요네다: 도쿄에는 패션 관련 직업학교가 많은데 그 학생들이 전부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건 아니죠. 보통은 의류업체나 백화점 의류 부문, 혹은 옷가게 등에 취직할 것 같은데요.

 

이토: 최근에는 그마저도 불과 10퍼센트 정도의 학생들, 즉 서른 명 중에 세 명 정도만이 디자인 공부를 살릴 수 있는 직종에 취직하고 나머지는 거의 관계 없는 곳에서 일을 한다고 해요. 의류업계에 취직하더라도 창고 관리 일을 하거나 하고요. 언뜻 비슷한 일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관계 없는 곳에 갈 수밖에 없는 거죠. 창고 관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의류 창고를 관리하는 회사에 가면 될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요. 이건 티가 안 나는 사기 같아요.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한편으로는 당연해서 패션 전문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그들은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공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옷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요. 어떻게 해야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지는 거의 가르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디자이너가 가르치는 학교도 있겠지만요. 이런 일은 패션업계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죠. 세무사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세무사 개업을 했다가 실패한 사람이 꽤 있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요네다: 하하하.

 

이토: '손님이 안 오니까 일단 강사라도 해볼까'라고 생각한 사람들이죠. 이런 식으로 교육을 전업으로 삼는 것에는 약간 '사기성'이 있어요. 자기가 못 하는 것을 가르쳐서 어쩌자는 건가 싶어요(웃음). 원래 가르치는 것을 전업으로 삼는 것에 모순이 있지 않나 해요.

 

요네다: 그렇군요. 이토 씨는 교육을 전업으로 하는 데 의문을 품고서 진짜로 도움이 되는, 원하는 일을 잘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을 하자고 생각한 거군요.

 

이토: <증간 현대농업>지의 일로 와카야마 현에서 장작 가마로 빵을 굽는 분을 취재했어요. 무척 재미있는 분인데 제가 한 몽골 투어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골 생활 투어를 고민해보지 않겠느냐' 하는 데까지 나아가게 됐어요. '생업의 연쇄'가 시작된 거죠.

 

요네다: 뭔가 전혀 엉뚱한 데서 실마리가 나온 거네요(웃음).

 

이토: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시골에 올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았어요.

 

요네다: 언뜻 시골에 사는 아저씨가 즉흥적으로 생각하고 꺼낸 이야기 같네요.

 

이토: 갑작스럽게 시골 생활 투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떠오르는 것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분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시면서 '이 사람이라면 뭔가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계속 생각하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이것저것 생각해본 결과 일단 '시골 생활 투어'는 너무 막연하니까 좀더 범위를 좁혀서 '시골에서 장작가마로 굽는 빵가게 열기 학교를 해보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분의 빵가게가 있으니까 모임 장소나 학교 건물 같은 걸 짓지 않고서도 장소도 있고 선생님도 있으니까요. 단, 강사를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을 선호했다고 할까, 그분은 평소에는 빵가게를 하고 계시니까 전업으로 강사를 하고 싶어 하시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를 가끔씩 열면 되지 않을까' 하고 시작한 것이 세번째 생업이에요. 시골 생활을 체험하는 투어 중에서는 가격도 높아서 일주일에 15만 엔 정도예요.

 

요네다: 가격만 보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겠네요.

 

 

시스템에 들어가면 벗어나지 못해
‘세상의 필요에 맞추어 일을 만들기’보다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들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토: 그렇지만 6일치 숙박료와 식대, 두 사람이 집중적으로 가르쳐주는 수업료까지 전부 포함되어 있으니까 찬찬이 뜯어보면 싼 거예요. 이 빵가게 학교를 처음 열었을 때는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두 달을 기다렸더니 한 사람이 오고, 다시 두 사람이 오는 식으로 조금씩 학생들이 모였어요. 지금은 일 년에 열 명 정도가 수강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조사를 했더니 수강한 학생 가운데 30퍼센트 정도가 실제로 시골에서 살기 시작했어요. 수업에서는 빵을 굽는 기술을 익힐 뿐만 아니라 돈을 덜 들이고 개업을 하는 방법이나 이웃과 사귀는 비결까지 가르쳐줘요.

 

요네다: 그야말로 실천이네요. 그런 건 일반적인 직업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죠.

 

이토: 그럼요. 보건소는 어떤 곳인가, 시골에서 살려면 집을 구하는 게 큰 문제인데 어떻게 집을 찾을 것인가, 임대 교섭을 하는 방법 등등을 전부 가르쳐줘요. 그러므로 수강을 하면 금방 실천이 가능해요. 일전에 왔던 20대 회사원은 수강한 지 한 달 뒤에 회사를 그만둬서 깜짝 놀랐어요.

 

요네다: 즉각적인 도움이 많이 되는 수업이네요.

 

이토: 그렇죠.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람에게 직접 수업을 받으면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그렇게 수업을 받고 시골에서 살면 딱히 불안감을 품을 필요도 없고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람과 만나면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에서 살아도 죽지는 않는구나'라든가 '즐겁게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돼요. 실천하고 있는 사람과 직접 만나는 게 일을 시작할 때 큰 도움이 되죠.

 

요네다: 분명 젊은 사람들이 취직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은 기업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일을 직접 만들고 실천하는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네요. 구인구직 사이트에 나오는 곳에 취직하는 것 외에는 먹고살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저도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처음으로 '세상에는 프리랜서와 자영업자가 참 많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하지만 그런 사실은 아무도 안 가르쳐주니까 예를 들어 빵가게를 하고 싶다면 우선 일 년에 100만 엔 정도 수업료를 지불하고 직업학교에 들어가는 거죠.

 

이토: 5년 정도 일해서 창업 자금을 모으고, 한 번에 수백만 엔을 쓰면서 창업을 하고……

 

요네다: '언젠가 번화가에 가게를 내자'라는 꿈을 그리면서 꾸역꾸역 영업을 하는 거죠.

 

이토: 그렇게 되면 생활이 너무 힘들어져요. 그게 무섭다고 생각해요. 직업학교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대단한 시스템이에요. 개업할 때 필요한 업자들과도 연계가 되어 있으니까 개업하고자 하는 졸업생들에게 '재료는 여기서 사라'라고 가르쳐줘요.

 

요네다: 시스템으로서의 경제가 돌아가고 거기에 새로운 고객이 계속 들어오는 거군요.

 

이토: 제가 하고 있는 '생업'은 그러한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한 창구를 만든다는 의미도 있어요. 무척 작은 창구이지만요. 생업식으로 세상을 보면서 일할 거리가 꽤 많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빵가게 말고 다른 일에 관한 학교도 있을 수 있고 '이런 식으로 하나씩 일을 늘려가다 보면 어떻게든 될 날이 오겠다'는 것을 세번째 생업을 하면서부터 깨닫게 됐어요. 그다음부터는 꾸준히 이런 것들을 조금씩 찾아나가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죠. 올해는 생업이 두 개 늘었어요. 최근에는 '세상의 필요에 맞추어 일을 만든다'는 방식보다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들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농학부를 다녔는데 동기 중 한 사람이 매실 농가를 하게 됐어요. 부부 둘이서 하는데 이게 시기에 따라 꽤 힘들어요. 매실은 무겁기도 하고 밭은 경사진 데 있고 불편하고……. 게다가 장마철에는 엄청난 양을 수확해야 해요.

 

요네다: 수확량이 너무 많은 거군요.

 

 

일을 만든 경험이 자기 안에 축적되면
다음 일을 만들 때도 도움이 된다

 

 

이토: 정말로 많은 양이 나와요. 장마(梅雨: 직역하자면 매실이 비처럼 쏟아진다는 뜻―옮긴이)의 어원 그대로예요. 그래서 그때만 일손이 필요해요. 하지만 외딴 시골이니까 아르바이트를 할 학생도 없고 늘 도와주셨던 할머니도 허리가 약해지셔서 일손을 구하기가 힘든 때도 있어요. 그렇다고 그대로 놔두면 매실이 땅에 떨어져서 점점 썩어가고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어요. 그래서 그 친구가 문득 저라면 와줄 거라고 생각했대요. 제가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는 걸 알고 말을 꺼냈던 거겠죠(웃음). 그래서 가겠다고 하고 2주 정도 낮에는 계속 매실을 수확하고 밤에는 다른 일이나 메일을 체크하는 생활을 일당 8천 엔을 받고 계속했어요. 하지만 낮에는 다른 일을 못하고 일당은 8천 엔이니까 계속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 생업을 만드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아니다 싶었던 거죠.

 

요네다: 친구를 돕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이토: 친구를 돕는 일이긴 하지만 이대로 계속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수확도 하고 판매도 하자'고 결심했어요. 판매라고 해도 트위터 같은 곳에다 '매실 1킬로그램을 천 엔에 팝니다'라고 쓴 것뿐이지만요(웃음). 전에 수확을 하러 가서 '오늘은 이만큼 매실을 땄습니다'라고 트윗도 하고 사진도 올렸어요. 그랬더니 의외로 예비 고객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모이더라구요. '이토 씨가 매실을 수확 중이구나. 힘들겠다. 올해는 매실주라도 담가볼까'라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그래서 '1킬로그램에 천 엔'이라고 쓴 것뿐인데 80킬로그램이나 주문을 받았어요. 그저 트위터랑 페이스북에 올린 것뿐이지만 '또 생업을 만들었구나' 싶었어요. 게다가 잘 익을 때까지 기다려서 수확을 하니까 품질이 좋아요. 금방 판매가 많이 늘지는 않았지만 점점 더 판매가 늘어나고 있어요. 물론 80킬로그램 정도의 매실을 파느니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면 시급은 더 좋겠죠. 하지만 매실주는 매년 담글 수 있으니까 이걸 계속한다면 조금씩 예약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작은 규모이지만 매실 판매업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수확도 하니까 1톤 정도를 따면 일 년에 백만 엔 정도 매출을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1톤이라고 해봐야 전체 유통량으로 볼 때는 새발의 피 같은 양이겠죠. 하지만 저 개인으로서는 그 정도면 충분해요. 올해는 이런 식으로 생업을 늘렸어요. 큰 준비 없이 그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늘려가면 그것이 자기 일이 되는 거예요.

 

요네다: 매실 수확 일에도 몽골 투어 공지라든가, 빵가게 학교를 했던 경험과 노하우가 살아 있네요.

 

이토: 하나씩 일을 만든 경험이 자기 안에 축적되면서 다음 일을 만들 때도 도움이 돼요. 내 사업이니까 이것들이 점점 성장해가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요. 처음부터 '차라리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더 낫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런 장사는 어렵겠다'라고 보고 그만두는데 저는 그런 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니까 계속하고 있어요. 사람의 학습효과는 정말 놀라워요. 제대로 고민해서 계속해나가면 쓸데없는 부분은 줄어들고 점점 좋아져요. 좋은 평판이 축적되면 그만큼 영업이 쉬워져요. 이른바 식물을 기르는 것과 비슷해요. 돈이 되는 것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니까 첫해부터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해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수지가 안 맞는 듯해도 조금씩 일이라는 나무를 길러서 크게 만들면 결과가 보이는 거죠. 요즘은 그런 감각으로 생업을 하고 있어요.

 

요네다: 이토 씨, 처음에 '자유기고가로 밥을 먹고살지는 못해도 사업에 필요한 문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그게 무척 새로운 발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원래 잡지 편집을 했으니까 콘텐츠를 돈으로 바꾸는 것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최근 '글값'이 싸지고 있어서 집필만으로, 혹은 콘텐츠 제작만으로 먹고산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라는 걸 피부에 와닿는 문제로 실감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토 씨처럼 무언가 사업을 기획했을 때 제가 지금까지 습득한 편집 기술을 거기에 쓰고 싶어요. 예를 들어 웹매거진도 이거 하나만으로는 돈을 벌기 힘들겠죠. 하지만 다른 사업이나 프로젝트, 서비스가 있으면 거기에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이나 프로듀스 능력을 발휘해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이토: 그렇죠. 프리랜서는 자기 능력이 자신의 자영업에 직접 도움이 된다는 걸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렇게 해나간다면 결과가 크게 달라지니까요. 의뢰를 받고 하루 종일 쓴 원고가 6천 엔이라는 말을 들으면 맥이 풀릴뿐더러, 수입을 외부에만 의존하게 되는 폐해도 있죠.

 

 

나 자신을 위한 강좌를 기획하여
'나만의 과외 교사'에게 조금씩 가르침을 받다

 

 

요네다: 그게 현실이긴 하죠. 미팅을 하고, 취재를 나가야 하는 날도 있고, 녹취를 풀고, 원고를 보내고, 교정지를 보고…… 그렇게 했는데도 웹사이트 원고료는 5천 엔 정도니까요. 자유기고가라고는 하지만 글만 써서는 도저히 먹고살 수 없어요.

 

이토: 제가 하고 있는 '생업'은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노동방식이에요. 몽골 진짜배기 생활체험 투어를 위해 쓴 글은 조금씩 수정해 사용하는데 벌써 6년째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요.

 

요네다: 글 자체를 팔지 않고 사업을 위해 문장력과 편집 능력, 프로듀스 능력을 사용한다는 것. 이게 참 좋네요.

 

이토: 누군가에게 의뢰를 하는 부분이 줄어드니까 제가 수정하기도 쉽고요.

 

요네다: 이토 씨는 웹사이트를 만들 때도 웹디자이너에게 배우는 등 방법을 찾아가며 하고 있죠?

 

이토: HTML을 전혀 못 다루는 것과 조금이라도 다룰 수 있는 것은 업무를 할 때 꽤 차이가 나요. 예를 들어 몽골 투어 웹사이트는 수정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디자이너에게 부탁하기도 그렇고 사진 교체나 문장 수정 정도는 제가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 혼자서 책을 봐가며 공부해봤자 전혀 늘지 않았어요. 그래서 웹디자이너 친구에게 '5천 엔을 드릴 테니 두 시간 정도 HTML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익혔죠. 친한 이들에게 보수를 지불하는 걸 꽤 좋아하니까요.

 

요네다: 그것도 DIY랄까, 나만의 방법 같은 거네요.

 

이토: 한 번뿐인 강좌를 나 자신을 위해 기획하는 거죠. 학원에 다니는 것만큼 돈도 안 들고 그런 데 다닐 필요도 없어요.

 

요네다: 그때그때 나만을 위한 과외 교사를 구하는 거군요.

 

이토: 사업을 좀더 확장할 거라면 과외 교사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수업 자체를 강좌로 기획해도 된다고 봐요. 그렇게까지 할 게 아니라면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익히면 되죠. 그렇게 해서 내가 관여하는 부분을 조금씩 확장해가면 그만큼 내 생업의 범위가 넓어지는 거예요.

 

요네다: 저도 지금 그런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프리랜서가 된 지 7년째인데 '사업계획을 세우는 방법'이라든가 '법인 설립'에 관한 책을 읽어봐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저 같은 프리랜서나 창작자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디자인이나 사진 촬영 등 뭔가를 만드는 건 잘하지만 경영이나 숫자에는 약한 사람들이요. 그런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계약서를 받아도 뭐가 뭔지 잘 이해하지 못한 채 도장을 찍어 보내거나 하거든요. 저작권 관리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 변호사, 공인회계사 들과 같이 <창작자를 위한 '친절한' 경영 강좌>라는 걸 하고 있어요. 많은 프리랜서들이 변호사나 회계사와 어떻게 접촉하고 그들에게 무슨 일을 맡겨야 할지 잘 몰라요. 어쩌다 프리랜서가 되어서 당장 닥친 일을 하고 그러다 돈이 들어오는 식의 생활을 하고 있죠. 그러니까 좀더 '일인사장' '일인경영자'적인 의식을 가지는 편이 바람직해요. 디자이너도 지금은 디자인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 독립하려는 사람이 많아요. 저희가 하고 있는 강좌가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작은 일을 하나씩 만들어갈 것인가'
'불필요한 지출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도 중요한 테마
주거 관련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마루 깔기가
'전국마루깔기협회' 결성의 계기가 되어 

 

 

이토: 독립하고 싶어도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잘 모르니까요.

 

요네다: 그렇죠. '경영이나 숫자 문제는 잘 아는 사람에게 따로 맡기고 싶다'고 생각해도 개인사업자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렇다면 역시 자기가 강좌를 만들 수밖에 없어요. 아, 그런데 이토 씨도 회사를 만들었죠?

 

이토: 네. 셰어오피스를 빌려서 생업을 운영하는 회사를 만들었어요.

 

요네다: 셰어오피스 사업도 생업의 하나네요.

 

이토: 맞아요. 제 사업장을 만들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빈 공간이 있으니까 그걸 빌려주기로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흥미를 갖고 있지 않은 생업을 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요네다: 셰어오피스도 룸셰어도 그런 이토 씨의 경향을 잘 보여주는데요, '생활과 사업장에 드는 인프라 비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도 이토 씨가 관심을 갖고 있는 테마 아닌가요?

 

이토: 그렇죠. '어떻게 작은 일을 하나씩 만들어갈 것인가'와 함께 '불필요한 지출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도 저한테 중요한 테마예요. 지출 줄이기는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이에요. 밑천이 없는 상태에서 일을 만들어도 자영업은 정기적인 수입이 적으니까 지출을 줄이는 능력이 없으면 수입이 줄어드는 때가 오면 망하고 말아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늘 연구하고 있어요. 예를 들자면 '전국마루깔기협회'라는 걸 설립했는데요. 세상에는 줄이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지출이라는 게 있어요. 그런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게 주거 관련 지출이에요. 셰어하우스가 늘고 있지만 물건을 빌리고 그것을 수리하는 방법은 모르는 사람이 많잖아요.

 

요네다: 오래된 물건일수록 빌리는 비용은 싸더라도 수리비가 많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죠.

 

이토: 그래서 예를 들어 마루 깔기(일본의 오래된 단독주택은 거실, 복도, 방바닥 자체를 흙이나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고 마루로 깐 경우가 많다. 곧, 여기서 말하는 ‘마루 깔기’란 집의 바닥 시공을 의미한다—옮긴이)를 의뢰하면 예상 밖의 견적이 나와서 정말 이 가격인지 의문이 생겨요. '견적을 더 많이 받아보면 되겠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견적을 여러 개 받아서 그중 싼 게 좋은가 하면 그렇지는 않죠. 어떤 소재를 썼는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직접 인테리어 시공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검토했더니 할 수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하면 되죠. 물론 지식만으로는 할 수 없어요. 또 혼자서는 의욕이 생기지 않아요. 그런 문제가 있어요.

 

요네다: 분명 혼자서 마루를 전부 깔고 있다가는 우울해지겠죠(웃음).

 

이토: 그럼요. 자기 사무실 한 곳만 한다 해도 하루 만에는 안 끝나고, 혼자서 하면 전혀 진전이 되지 않아요. 목재를 자를 때도 누가 잡아주면 훨씬 자르기 쉽고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죠. 그래서 좀더 많은 사람이 모여 이런 일을 하는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전국마루깔기협회'를 만들었어요. 마루 깔기밖에 할 줄 모르는 모임이지만요(웃음). 자기 집이나 사무실 마루를 교체하는 것 말고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마루를 깔아달라는 의뢰를 받으면 강사를 파견해서 열 명 정도가 배우면서 마루를 깔아요. 일이 끝나면 뒤풀이를 한 다음에 해산해요.

 

요네다: 이건 앞으로 인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토: 앞으로 많은 일본인이 마루는 당연히 깔 수 있다고 할 수 있게끔 해나가고 싶어요. 게다가 지금 일본에서는 지역에 따라 빈집이 30퍼센트 정도 돼요. 목조 가옥이니까 빈 집으로 방치되면 우선 마루부터 상하기 시작해요. 습기가 가장 먼저 침투하는 곳이 마루이니까요.

 

 

생업은 독창성을 추구하면서 '나 아니면 못한다'는 것과도 달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을 늘려가고 
평범한 것들을 담담하게 해나갈 뿐

 

 

요네다: 수선의 효과가 가장 크고 또 필요성이 높은 것이 마루로군요.

 

이토: 네. 마루만 깔면 꽤 많은 빈 집을 쓸 수 있게 돼요. 그러니까 우선 이것부터 해보자 싶었어요. 다짜고짜 '집을 지읍시다'라고 한들 될 리가 없죠. 일반적인 사람은 무리라고 할 거예요. 하지만 마루라면 깔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바로 그 지점을 노린 것인데요, 꽤 인기가 있어요. 세상에는 의외로 마루를 깔아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요네다: 깔 수 있는 거라면 저도 깔아보고 싶어요. 그런 기회도 없었고 마루 같은 건 업자에게 맡겨야만 한다는 고정관념도 있으니까요.

 

이토: 학교에서 '기술' 과목 수업을 받은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인데도 말이죠. 할 기회가 없으니까 못한다고 생각하고 업자에게 맡기는 사람이 많아요. 전문가에게 아마추어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일이 줄어드는 게 싫으니까 '할 수 있기는 한데 무척 힘들 것이다'라고 대답하죠.

 

요네다: 그거야 그렇죠. 업자들에게는 밥벌이 수단이니까요(웃음).

 

이토: 전문가가 그렇게 말하면 다들 '역시 그렇겠죠?'라고 하고서는 포기해요. 하지만 도전 가능한 부분이에요. 앞으로는 아마추어의 마루 깔기를 일종의 놀이 같은 것으로 널리 확장시켜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요네다: 워크숍 형식으로 하는 건가요?

 

이토: 네. 처음에는 선생님이 칠판에 '마루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해요. 그 다음에 마루의 소재라든가 홈이 파인 목재와 그렇지 않은 목재, 삼나무의 성질, 마루의 두께에 따라 단열재가 필요없다는 것 등을 가르쳐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루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돼요. 또 참가자가 스스로 마루를 한쪽 깔아보면 '아, 나도 마루를 깔 수 있구나' 하고 실감하게 돼요. 그러면 다들 간단한 마루 정도는 깔 수 있게 되죠. 결국 자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이 중요해요.

 

요네다: 마루를 깔고 싶은 사람에게는 '해본 적이 있다' 혹은 '실제로 해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로군요.

 

이토: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면 사회에 '만약의 경우 싼 집을 빌려서 마루를 다시 깐 다음 살면 된다'는 여유가 생길 거라고 봐요. 마루 깔기는 그래서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요네다: 단독주택의 마루 수리를 업자에게 맡기면 어느 정도 드나요? 대신 직접 깔면 비용이 얼마나 절약되나요?

 

이토: 우선 집주인에게 마루를 직접 깔겠다고 교섭을 해야만 해요. 그렇게 허락을 받고서 마루를 깔 때, 만약 넓은 집이라면 업자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50만 엔 정도 쌀 것 같아요. 지인 중에 이즈에 단독주택을 산 사람이 있는데요, 자기 침실과 주방을 수리하는 데 250만 엔이나 들었대요. 특히 물을 사용하는 곳들은 비용이 더 드니까요. 이걸 자기 힘으로 다 할 수 있다면 아마 그 3분의 1정도 비용만 들여도 될 거예요.

 

요네다: 마루 말고도 벽 시공 같은 것도 있잖아요.

 

이토: 벽은 회반죽을 바르기도 하고, 아주 매끈한 상태가 아니라도 괜찮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요네다: 앗, 정말요?

 

이토: 벽은 쉬운 편이에요. 수도가 들어오는 곳들이 힘든데 하려고 하면 아마추어라도 작은 주방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요네다: 독자 여러분도 집수리를 하셔야 할 때 꼭 이토 씨를 부르셔서 같이 워크숍을 해서 마루를 깔면 좋겠네요(웃음). 같이 벽도 벗기고, 이곳저곳 망치질도 하고, 끝나고 맥주도 마시면 즐거울 것 같아요.

 

이토: 즐거워요. 할 때마다 참가자들끼리 사이가 좋아져요. '전국마루깔기협회' 회원들은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어 마루깔기 정보를 공유하는데요, 글도 활발하게 올라와요. 이상한 마루를 발견했다든가 하면서요(웃음). 마루 깔기는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잘 안 되어서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도 상관없어요. 내가 하면 잘 안 되는데 전문가가 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자세하게 알게 돼요. 마루 깔기 기술이 향상되는 거죠. 실패해도 된다는 각오로 도전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현대 사회에서는 '비쌀수록 좋다'는 생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집은 비싼 물건을 사도 좋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죠. 어중간한 가격의 집은 인건비를 절약하려고 빨리 완성할 수 있도록 큰 사이즈의 합판을 쓰는 등 금방 망가지는 재료를 사용하기도 해요. 그렇게 되면 아무리 전문가가 일한다 해도 그들에게 맡기는 비용을 생각하면 아마추어의 견실한 작업이 훨씬 나아요. 그래서 전국마루깔기협회에서는 아마추어가 하는 일이니까 시간은 좀 걸리지만 합판이 아니라 제대로 된 마루용 널을 사용해요. 그렇게 하면 때로 전문가가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물이 나와요. 그런 신기한 일이 일어나더라구요. '어떤 의미에서 아마추어가 질이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셈이죠.

 

요네다: 기존 전문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언제 마루를 교체할지 그 기간을 생각하고 까는 거잖아요. 그런데 결코 소비자나 사용자를 위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에요. 그렇다면 사용자인 내가 깔고 아마추어일지라도 만들거나 고치는 기술과 경험을 습득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마루도 오래 가겠죠.

 

이토: 일단 한번 마루를 깔아보면 아마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예요(웃음). 돈을 쓴다는 건 한편으로는 자기 몸으로 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익힐 기회를 버린다는 걸 의미해요. 즉 돈을 써서 시간을 절약한다 하더라도 의외로 손해를 부분도 있는 거죠.

 

요네다: 그렇게 생각하면 직접 기술을 익히는 쪽이 싸죠.

 

이토: 마루가 상한다 해도 언제든 내 힘으로 고칠 수 있으면 안심이 되죠.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늘려가는 거예요. 이것은 생업의 테마이기도 해요. 생업은 독창성을 추구하면서 '나 아니면 못하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것과도 달라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을 늘려간달까, 평범한 것들을 담담하게 해나갈 뿐이에요. 자기 생활로 모험을 하는 그런 것도 아니에요.

 

요네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수백 번씩 리트윗을 받으면서 자신의 독창성과 창조성을 뽐내고 얼마든지 인정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요. 하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마루 한 장도 못 깔죠(웃음).

 

이토: 그런 것보다 '이렇게 궁리하면 누구라도 할 수 있고 재미있다'는 걸 알려나가는 것이 지금의 일본 사회에 더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요즘 그런 방식에 더 흥미를 느껴요.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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