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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엿보기

[책 엿보기-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새로운 시대, 생활을 실험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저자 이토 히로시 인터뷰 4회

by 나와 우리의 삶에 기여하는 지식교양 2015.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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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의 저자 이토 히로시 인터뷰 제4탄!

"게릴라처럼, 바이러스처럼, 서서히 확장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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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배반하지 않는 소박한 노동방식이 "게릴라처럼, 바이러스처럼" 서서히 퍼져나가길 바라며

이토 히로시의 마지막 인터뷰를 올립니다.

절판만 안 되기를 바라며 낸 책이 2012년 출간한 해에만 1만 3천 부를 찍었고,

현재까지 2만 부(요건 인터뷰에는 안 나옵니다만)를 팔았다니 정말 부러울 따름입니다~

한국어판 2쇄는 언제 찍나요? ㅎㅎ

"중쇄를 찍자, 중쇄를 찍자!"

 

 

*****

 

일본 경제지 『겐다이비즈니스(現代ビジネス)』  2012년 12월 16일
요네다 히로히코의 <새로운 시대, 생활을 실험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시리즈 대담 제4회


종교나 다단계에는 절대로 의지하지 마라
"생업 만들기의 바탕 역시 인간 관계입니다."

 

*****

 

 

절판만 안 되었으면 하고 낸 책이 1만 3천 부까지 찍어.
이런 소박한 노동방식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요네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를 내셨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이토: 초판은 5천 부를 찍었는데 '어차피 안 팔리겠지' 하는 심정으로 시작했어요. 괜히 기대했다가 풀이 죽느니 금방 절판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았죠.

 

요네다: 낮은 목표 설정이네요(웃음).

 

이토: 회사에 다닐 때는 늘 '목표를 높게 잡으라'며 성화였죠. 하지만 제 성격에는 안 맞아요. 게다가 달성이 안 되면 낙담도 커지잖아요. '광고를 200건 따자'는 패기로 시작했다가 110건을 따면 실망하게 되죠. 하지만 외부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땄어요?'라면서 감탄해요.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쓸데없이 낙담하게 만드는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요네다: 오늘날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많은 건 자기 이미지와 현실이 괴리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런 갭을 견디지 못하는 거예요. 자신의 가치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고 현실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역시 우울해질 수밖에 없죠.

 

이토: 그렇게 되면 사람은 '아 역시 나는 안 되는구나' 싶은 생각에 빠지게 돼요. 자신을 쓸데없이 낮게 평가하게 되는 거죠. 위험한 일이에요. 저는 이제 저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데요, 자신을 너무 낮게 평가하는 사람을 가끔 봐요. 예를 들자면 블랙 기업에 다니고 있더라도 일하는 걸 보면 꽤 유능한 사람이 있죠. 외부 사람이 보기에는 일을 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은 자신이 없어요. '수입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일단 그만두고 당분간 혼자 일해보는 게 어때요?'라고 조언을 해도 '저 같은 사람에게는 무리예요'라고 대답하는 거죠. 객관적으로 보면 실력이 있어요. 그런데도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하니까 달성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러면 점점 일의 강도만 높이면서 수면 부족에 건강도 나빠지는 거죠. 이게 반복되면 자신의 가치를 점점 낮게 보게 되고 원래대로라면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면서 움직이지 못하게 돼요. 저는 그런 악순환에 빠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제 책을 출판할 때 우선 금방 절판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어요. 그러면 절판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축하할 일이 되죠. 그 다음에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게 할까'를 고민하고 하나하나 실천해나는 거예요.

 

요네다: 절판은커녕 증쇄를 찍었다고 들었는데요.

 

이토: 의외로 1만 3천 부를 찍는 데까지 이르렀어요. 이렇게 되면 반 년 동안 쓴 보람이 있죠. 감사하게도 종종 취재도 받고 있고요. 이런 소박한 노동방식에도 주목해주는 미디어 관계자가 있어요. 그래서 희망을 느꼈어요. 그냥 묵살당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으니까요.

 

요네다: 이토 씨가 회사를 그만둔 뒤부터 실천한 기간이 있으니까 결국 6~7년에 걸쳐 취재하고 집필에 반 년이 걸린 책이기도 하네요.

 

이토: 7년이라... 그렇게 생각하면 출판은 놀랄 만큼 수지가 안 맞네요.

 

요네다: 얼마 전에 이토 씨와 pha 씨(IT계열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 셰어하우스에서 같이 사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1978년생 프로그래머.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니트'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옮긴이)가 함께한 출판기념 행사에서 제가 사회를 봤는데요, 이것도 역시 처음의 목표 설정이 낮았죠. 30대 아저씨 셋이서 하는 이런 행사에 누가 올까 싶었으니까요.

 

이토: 얼핏 생각하기에는 구질구질해 보이죠(웃음).

 

요네다: 그런데 당일 입장권을 구하려는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로 사람이 많이 와서 놀랐어요.

 

이토: 120여 명이 와서 공간이 꽉 찼죠.

 

 

'경쟁에 참가하지 않는 것=패배'가 아니다
전투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노동방식도 있다

 

 

요네다: 저희 셋은 너무 놀라서 긴장도 많이 하고 그래서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지쳐버렸어요(웃음).

 

이토: 저희 모두 안색이 나빴죠. 저는 손이 좀 떨릴 정도였어요. 떠는 걸 보이면 안 되니까 처음에는 손을 아래쪽으로 내리고 있었어요.

 

요네다: 그렇게 성황인 행사를 보면서 일과 노동방식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다시금 생각하게 됐어요.

 

이토: 그렇죠. 노동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얘기된 바가 있지만 별로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방식으로 하면 성공한다' 같은 이야기뿐이에요.

 

요네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띠지에는 '전투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유연한 작전'이라는 문구가 있죠. 저번에 대담을 한 pha 씨 역시 그러한데요,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곧 '패배'가 아니라는 거죠. 자신만의 영역을 발견해나간다는 느낌으로 해나가는 거예요.

 

이토: 그런 방식이 잘 맞는 사람은 실제로 많아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요네다: '자본주의적 경쟁에 참여하여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몫 번다'든가 '하이퍼 노마드가 되어 불로소득으로 해외를 방랑하며 세계에 발을 걸치고 즐겁게 살아간다' 등은 아무리 봐도 일반인으로서는 흉내를 낼 수 없어요(웃음). 그런 걸 동경하기는 하지만 할 방도가 없으니까요.

 

이토: 그런 걸 이야기하는 책이 양산되고 있죠. 하지만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제 책이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요. 하지만 제 책을 읽은 사람들 가운데 작은 실천을 하면서 해봤더니 되더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기쁠 것 같아요.

 

요네다: 벌써 '마루깔기 협회에 들어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요?

 

이토: 네, 그런 사람들이 생겼어요. '마루를 깔고 싶다'는 사람도 많고 마루를 깔아달라는 의뢰도 네 건 정도 들어왔어요. 저한테는 돈이 별로 들어오지 않지만 함께 마루를 깔 수 있는 친구가 늘어난다는 건 좋은 일이죠. 마루를 깔 수 있고 목공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서른 명 정도 있으면 예를 들어 연휴를 이용해 순식간에 단층집 한 채를 짓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진짜 목수는 한 사람만 부르면 돼요. 나머지는 준전문가 서른 명이서 단기간에 집을 짓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일 년에 한 번 정도 그 서른 명이 한 채씩 집을 짓는다 치면 30년이 지나면 전원이 집을 짓게 되겠죠. 물론 마지막 순서인 사람은 그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안됐지만요(웃음). 이런 일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요네다: 이렇게 '생업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이토 씨 말고 또 있나요.

 

이토: 그런 요소를 갖춘 사람은 꽤 있어요. 하지만 저처럼 수지가 안 맞는 책 같은 건 쓰지 않죠(웃음). 기본적으로 '세상에 나가고픈 욕구'가 없는 사람들이라 별로 알려지지 않았어요. 이번 행사 같은 데도 게스트로 부르고 싶었지만 좀처럼 오려고 하지 않아요.

 

요네다: 그 부분은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자기 프로듀스의 방법으로서 책을 쓴다든가, 이벤트를 여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의 스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런 방법 없이는 전달할 수 없는 부분도 있잖아요.

 

이토: 저는 때마침 전달하고픈 의욕이 있었기 때문에 책을 썼어요. 그 부분은 역할 분담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1979년생인데 요네다 씨 세대는 어떤가요?

 

요네다: 저는 1973년생이에요. 단카이 주니어 세대(1971~1975년 사이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의 자식 세대―옮긴이)라 인구가 많죠. 게다가 '제1차 취직빙하기'의 한가운데를 겪었어요. 대학에 다니던 때에 인터넷이 보급된 세대예요. 유명한 IT 기업가도 나왔고요. 그런 소수의 승자와 나머지 패자로 분류되는 세대죠. 저희는 1990년대가 전성기였고 그대로 한 시대가 끝나버렸다는 느낌이 들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1976~1977년생들처럼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인터넷이 존재한 세대에 뒤처져버린 정말 안타까운 세대죠(웃음).

 

이토: 저는 그 아랫세대라 성장 같은 것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니까 동경도 없고 그런 건 불필요하다고 느낄 정도였어요.

 

요네다: 그러고 보니 IT기업을 해보자는 꿈 같은 것도 무너지고 있네요.

 

 

사람은 혼자서는 약해진다

 

 

이토: 이후 사람들은 파편화되고 어떤 움직임도 취하기 쉽지 않게 됐죠. 그래서 공동체 의식이 지나치게 강했던 옛날 마을 사회 같은 거 말고 파편화되지 않을 만큼 화제를 공유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요네다: pha 씨는 '직업이 없고 돈이 없어도 동료가 있고 커뮤니티가 있다면 살아갈 수 있다'고 했죠. pha 씨의 경우에는 그 수단이 인터넷이지만요. 이토 씨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나요?

 

이토: 네, 생업을 만들 때도 바탕이 되는 인간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든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를 발견하든 간에 한 개인이 하기에는 힘든 시대 같아요. 나 말고 두 사람만 더 있어도 크게 달라져요. 세 사람이 있으면 사회가 만들어져요. 물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세대 전쯤에는 지연이나 혈연을 무시하더라도 돈만 있으면 많은 것이 해결됐어요. 그래서 돈 때문에 죽도록 일한 부분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경제 상황이 아니에요. 그런 한편 기존의 지연이나 혈연은 별 효과가 없는 시대예요. 여기서 필요한 게 자기가 살아가는 데 기초가 되는 인간관계예요. 예를 들어 '콘크리트 블록 담을 같이 부수자'라고 했을 때 같이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든가 하는 거요. 커뮤니티와도 좀 다른데요, 이런 자기 주변의 '동지'가 얼마나 있느냐가 정신적인 안정을 가져온다고 생각해요. 혼자 있으면 점점 약해지고 말아요. 혼자서 콘크리트 담을 부수고 있어봤자 별로 즐겁지 않잖아요? 마루깔기나 콘크리트 담 부수기나 목조 교사 웨딩 등의 일은 '생업을 통해 서서히 동지를 늘려가는 활동'이라는 의미도 있어요.

 

요네다: 견실하면서도 게릴라적이기도 하고 바이러스의 증식 같다는 느낌도 드네요. 화려한 일이 아니라 착실하면서도 확실한 활동이에요.

 

이토: 그렇게 함으로써 '매년 좋아진다'는 실감이 드는 거죠. 올해는 이러이러한 재미있는 사람과 만났고 앞으로도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는 이런 경우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요. 회사원으로서도 물론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역시 회사원의 인간관계는 비즈니스 안에서 이루어지는 거니까 다른 일을 하게 되거나 하면 금방 끊어지는 경우가 많죠. 저는 예를 들자면 일 년에 몽골에 서른 명 정도를 데려가는데 그 사람들과 사이가 좋아져요. 물론 모든 사람과 그렇게 자주 만나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해관계를 따질 필요 없이 탁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는 거죠. 이건 무척 중요한 부분이에요. 이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려 할 때 인간관계라는 바탕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 않다면 금방 문제가 생긴달까,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쉬워요. 물론 기본적으로 사람은 마지막에는 혼자 죽게 되니까 누구나 고독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일에서나 가정에서나 무언가 안 좋은 상황과 맞닥뜨리면 사이비 종교 같은 데 빠지기도 하는 거예요.

 

요네다: 다단계 판매도 그렇죠.

 

이토: 맞이요. 하지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면 그런 이상한 것들에 빠지지 않게 돼요. 생업에는 그런 인간관계를 키워간다는 의미도 있어요.

 

요네다: 그런 종교나 다단계는 시대별로 늘 존재했고 특히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홀렸어요. 왜 그럴까요? 옴 진리교가 그만큼 사회문제가 되었는데도 말이죠.

 

이토: 일본 사회는 지금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구시대의 인간관계, 울타리도 되면서 한편으로는 억압적인 인간관계를 파괴해왔어요. 물론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 때문에 의지가 될 만한 인간관계가 사라진 것도 사실이에요.

 

요네다: 대가족도 그렇지만 특히 지역공동체가 붕괴하고 있죠. 그래서 도시의 회사원 등은 기본적으로는 회사와 집을 왕복할 뿐이고, 회사 근처의 술집이나 집 근처의 편의점밖에 안 가요. 회사 외에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게 일반적이에요. 그러는 가운데 생기게 되는 고독 같은 것에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가 쉽게 침투하게 되는 거죠.

 

이토: 그런 것들에 대해 경고가 될 만한 '옛날이야기' 같은 것을 만들어 널리 퍼뜨리면 어떨까요. 악질적인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는 요괴 같은 것이니까요. 그것들이 무섭다는 사실을 옛날이야기식으로 이해시키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요네다: 아이들에게 지옥 그림을 보여주면 무서워서 나쁜 짓을 못 하게 되죠. 그런 방법을 이야기하시는 거군요.

 

 

'노마드'라는 말이 미묘해진 시대

 

 

이토: 그런 그림이 그려진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윤리가 아니라 감정에 호소하는 거죠. 윤리에 대해 쓴 책을 읽는다 해도 억지 효과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요즘 지옥을 그린 그림책이 무척 잘 팔리는 것 같더라고요.

 

요네다: 맞아요. 애들을 가르치려고 지옥 그림책이 무척 잘 팔리고 있죠.

 

이토: 생업 역시 일인 이상 장사를 해야죠. 하지만 장사를 할 거라면 정정당당하게 해야 해요. 다단계나 사이비 종교 같은 것에는 의지하지 않고 해나가는 거예요. 제 책은 아주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즐거운 생활'과 '즐거운 인생'을 최종 목표로 삼자고 말하는 거예요. 하지만 요즘 나오는 책들을 보면 '즐거운 인생을 목표로 삼자'는 주제는 비슷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 실현 수단은 다단계 같은 게 많아요.

 

요네다: 많죠.

 

이토: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명확히 해두어야 해요.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요. 무엇이 잘못되었느냐면 과정, 즉 수단이 잘못된 거예요.

 

요네다: 마루깔기 작업을 미끼 삼아 사람을 모은 다음 30만 엔짜리 압력솥 판매도 같이 하게 한다면 이미 그 모임은 끝난 거죠.

 

이토: 그래서는 안 되죠. 오히려 마루깔기 워크숍을 통해 참가자는 30만 엔을 절약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거예요. 그렇게 함으로써 참가한 사람이 모순 없이 이득을 얻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요.

 

요네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노마드'라는 말이 지금은 좀 미묘해졌어요. 순식간에 상황이 달라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사무실을 빌려서 직원을 고용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작아도 좋으니까 고정 비용을 들이지 않는 일을 시작한 다음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이었죠.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노마드란 이런 식의, 살아남기 위한 발상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노마드를 둘러싼 분위기는 미묘해요(쓴웃음). 이미 지난 시대의 유행으로 회사를 취급하거나 회사원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이토: 그건 편협한 생각이죠.

 

요네다: 네, 편견이에요. 개인사업자나 작은 회사가 어떻게 먹고 사느냐면 대부분은 회사원들이 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일을 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러니까 우수한 회사원이 없으면 업자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어요.

 

이토: 저는 농학부에서 생태학을 배울 때 생태계의 존재방식은 일에도 해당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 가지 종류만으로는 생태계가 성립되지 않아요.

 

요네다: 아무리 사자가 좋다 한들 사자가 사냥을 할 동물이 없다면 생태계는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이토: 또 사자가 없어지면 초식동물이 늘어나서 환경이 파괴돼요. 일을 생각할 때도 이러한 관점은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요네다: 대부분의 사람이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에요. 이러한 사회 안에서 처음으로 노마드나 프리랜서, 생업이 생겨났죠.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사회인으로서 기초 중의 기초라고 생각해요.

 

이토: 회사를 철 지난 유행으로 취급하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현실을 왜곡해 바라보고 있는 거죠.

 

요네다: 한편으로 신규 대학 졸업생의 60퍼센트 정도밖에 취직을 못 하는 형편이고 중장년층도 회사에서 명예퇴직이나 공장 폐쇄로 갈 곳을 잃거나 해서 무척 힘든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노마드적이나 생업식으로 일을 시작하는 게 하나의 힌트가 되는 거죠.

 

이토: 그런 부분은 지금 다양한 사람들이 실험하면서 조금씩 결과가 나오고 그 결과를 참조하면서 각자 다시 실천해가는 단계에 와 있어요. 이러한 때이니까 일종의 경쟁은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독립한 사람' 대 '회사원'이라는 식으로 양극단만을 생각해서는 안 돼요.

 

요네다: 보통 사람은 '회사원이냐 독립이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의 회색지대에 존재하는 법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이토: 그렇죠. 그저 역할 분담에 지나지 않는 건데 지나치게 비판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제가 그만큼 다른 이들에게 깊이 흥미를 가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요네다: 이토 씨는 경쟁에는 흥미가 없으니까요.

 

이토: 그런 데 힘을 쏟느니 하나라도 더 새로운 생업을 만들고 사람들의 선택지를 늘리는 데 에너지를 쏟고 싶어요.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되 '긴장을 풀' 필요가 있다

 

 

요네다: 생업은 '이런 식으로 해왔다'는 실천적인 부분이 전달되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알게 된 사람이 '이런 거라면 따라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전달 방식이 된 거죠. 거꾸로 일부 텔레비전 프로그램처럼 '앞으로 이런 세상이 온다'며 불안을 부추겨도 실제로 그렇게 될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죠. 그건 지진과 원전 사고로 뼈저리게 느꼈을 거예요. 또 실천하고 몸을 움직인다는 것도 이토 씨에게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이토: 그것도 중요하죠. 저는 20대 때부터 '정도를 벗어난 유명인'의 상태를 조사하는 게 취미였어요. 휼륭해졌더라도 몸을 쓰지 못 하게 된 사람은 이상한 방향으로 행동하기 쉬운 것 같아요.

 

요네다: 저는 올해 서른아홉 살인데요, 실은 저도 건강이 좋지 않아요(쓴웃음). 2년 전에 돌발성 중이염을 앓고 건강이 나빠졌는데 미디어 계통 일이라는 게 많은 시청각 정보를 받아들이고 발신하면서 계속 긴장한 상태로 일년 365일을 살아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체력이 떨어지면 일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좀더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토: 장기적으로 보면 중요한 일이에요. 어쨌든 인간도 동물이니까요. 그런 관점으로 자신의 한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요네다: 미디어 계통 일을 하고 있으면 긴장을 풀기가 힘들어요. 귀로는 늘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고, 눈으로는 최신 뉴스에 동영상을 보고, SNS도 체크하고...(웃음) 늘 자극만 받는 일이에요.

 

이토: 그렇게 되면 분명 동물로서는 괴롭죠.

 

요네다: 그래서 여자분들 가운데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는 사람이 많은 건 아마 긴장을 푸는 방향을 본능적으로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남자들은 그러한 문화를 별로 받아들이지 못하잖아요.

 

이토: 그렇네요. 전체적으로 볼 때 남자들이 더 긴장하기 쉽고 뭔가를 자꾸 밀어넣기만 하죠. 이건 이것대로 파멸형 문화를 낳지만... 하지만 미국의 능력 있는 마케터나 대단한 업적을 자랑하는 사장 등이 강연장 같은 데 들어간 순간 '이 사람 괜찮은 걸까?' 싶을 만큼 엄청난 의욕을 보여줘요. 그런 동시에 근육남이라서 신체를 단련하려고 늘 조깅을 하거나 하죠.

 

요네다: 그렇죠. 외부에서 주어지는 부담을 자신의 근육을 키워서 대항하는 식으로 단련하는 거예요.

 

이토: 근본적으로 남성다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게 해서 효과를 보기도 하겠지만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겠죠. 탈락자도 많을 거예요.

 

 

게릴라처럼, 바이러스처럼, 서서히 확장해가기

 

 

요네다: 계속적으로 정보화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머리만 커진달까요, 인간의 컴퓨터화 같은 경향만 진행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생업처럼 몸을 사용해 일을 만든다든가 직접 만져보고 반응하는 가운데 일이나 프로젝트를 만드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하면 머리만 커지지는 않겠죠.

 

이토: 맞아요. 특히 저한테는 꽤 효과가 있었어요. 어릴 적에 부모님이 종종 '너는 입만 살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웃음), 사람은 내버려두면 그렇게 돼요. 몸을 사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요네다: 이토 씨가 몽골 투어에서 매번 승마를 하는 것도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둔 거겠네요.

 

이토: 점점 신체 감각이 단련되고 있어요. 말에 올라타는 시간도 짧아지고 있고요. 저는 올해 서른세 살인데 스포츠 선수라면 이 나이에 신체 능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요. 그런데 저는 스포츠 선수 같은 운동 능력을 원하는 게 아니니까 거꾸로 기술도 향상되고 신체 움직임도 좋아져요. 피트니스 클럽 같은 데 다니지 않고도 일을 하면서 신체가 단련되는 건 고마운 일이죠. 몸은 움직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3년 전부터 스모 선수들이 발을 높이 올렸다가 씨름판을 밟는 동작도 시작했는데 이걸 하면 처음에는 넘어지기 일쑤예요. 그런데 더 이상 넘어지지 않게 됐어요. 

 

요네다: 저도 요가를 하고 있어요.

 

이토: 오래 하셨어요?

 

요네다: 거의 10년 동안 하고 있어요. 요가를 안 했더라면 분명 큰 병에 걸렸을 거예요. 요가 덕분에 간신히 건강을 유지하는 것 같아요.

 

이토: 어중간하게 잘나가다가 갑작스레 무슨 일이 닥쳐 건강을 잃는니 몸을 움직일 여유가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요네다: 저번 대담에서 pha 씨도 별로 튀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이토 씨도 그런 말을 자주 하지 않나요?

 

이토: 귀찮은 일은 피하고 싶어요. 소박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라면 괜찮지만요(웃음). 화려한 미디어에서는 특히 제 얘기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저 유명해지기만 해봤자 폐해가 더 크기만 할 것 같아요.

 

요네다: 생업식으로, 게릴라처럼, 바이러스처럼 서서히 확장해가는 것이 이토 씨의 방식이죠.

 

이토: 그렇지만 일전의 출판기념 행사에서 pha 씨가 '이토 씨는 별로 비난받지 않을 것 같으니까 좀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출판기념 행사를 전국을 돌며 할 것 같아요. 게스트하우스, 카페, 서점 등 여러 곳에서 할 작정이에요. 자비출판을 한 것도 아닌데 굳이 제가 부담해서 이벤트를 열며 돌아다니는 거예요. 제가 직접 표를 팔아야 하니까 교통비 등 적자가 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하고 있어요.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분명 여러 지역에서 생업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그런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요.

 

요네다: '지루해'라는 말이 입버릇인 pha 씨가 좀더 적극적으로 하라고 격려를 했으니 안 할 수가 없겠네요(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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