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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김진영의전복적소설읽기4

[책 엿보기: 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3] 독재에 부역한 어느 지식인 이야기 문학의 우상을 파괴하다 이번에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칠레의 밤Nocturno de Chile』을 보겠습니다. 볼라뇨는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 아메리카 최후의 작가’라는 칭송을 받는 소설가입니다. 그가 쓴 『칠레의 밤』은 근래 제 독서 체험 중 가장 큰 감동과 충격을 준 작품입니다. 문학이 죽어 가는 시대에 다시 한 번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 작품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제게는 문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볼라뇨는 우리가 문학이라고 부르는 제도가 자기를 유지하는 방법, 특히 정치 및 역사와 연결되었을 때 문학과 문학가가 어떤 기능을 맡는지 이야기하면서 지금까지 있던 모든 문학의 우상.. 2020. 7. 9.
[책 엿보기: 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2] 뒤늦게 관능에 빠져버린 어느 대소설가의 최후 일흔네 살 괴테, 열아홉 소녀에게 빠지다 독일 문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대문호 괴테. 그가 일흔네 살 때 울리케라는 열아홉 살 소녀에게 빠져 청혼까지 합니다. 집안사람들이 반대하니까 친분이 있는 성주에게 중매를 부탁하죠. 성주가 중매하면 문제가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마리엔바트의 괴테’라는 말이 생겼어요. 이번에 살펴볼 토마스 만(Thomas Mann)의 『베니스에서의 죽음(Der Tod in Venedig)』은 원래 제목으로 ‘마리엔바트의 괴테’를 쓰려고 했답니다. 마리엔바트는 괴테가 울리케를 만난 온천 휴양지의 이름이죠. 토마스 만 스스로 말년의 괴테가 주인공 아셴바흐의 모델이라고 했거든요. 자신의 동성애 욕망을 문학으로 해소한 토마스 만 그런데 토마스 만이 죽을 때 자신의 일기를 20년 뒤.. 2020. 7. 8.
[책 엿보기: 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1] 누이동생의 피를 빨아서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현대문학의 문을 연 첫 문장 그 유명한 카프카의 『변신Die Verwandlung』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변신』은 모두 한 번쯤 독서를 계획하는 작품인 만큼 이미 읽은 분들이 많을 겁니다. 세계문학사에서 현대문학을 여는 노크 소리로 여기는 첫 문장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 문장이죠.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흉측스런 벌레로 변해 버린 것을 발견했다.” 『댈러웨이 부인』이나 프루스트 소설의 첫 문장도 이것과 같은 구실을 하는데 『변신』이 가장 충격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잠에서 깨어난 사람이 벌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카프카의 문학, 낯선 언어의 효과 카프카는 체코 사람인데 독일어, 정확히 말하면 체코 독일어라는 특별한 언어를 썼어요. 체코 유대인이 출.. 2020. 7. 7.
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여덟 가지 키워드로 고전을 읽다 "『아침의 피아노』 『이별의 푸가』 이후 또 한 번의 놀라움과 감동을 맛본 책" ―변광배(한국외대 미네르바 교양대학 교수) "고독이 두려워서, 죽음이 두려워서, 덧없음이 두려워서, 심지어 미움이 커서 힘을 잃을 때 몇 번이고 펼쳐서 읽고 싶은 책" ―정혜윤(CBS 라디오 프로듀서) "오랫동안 소설을 읽었다. 그 사이에 소설들은 자꾸만 얼굴을 바꾸었다. 사춘기 시절 소설은 뗏목이었다. 대책 없이 어디론가 떠내려가게 만드는. 젊은 시절 소설은 미지의 여인이었다. 프루스트가 그랬듯 만난 적도 없고 이름도 모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사랑해 버린 어떤 여인. 나이 들고 환상 대신 환멸을 배우게 되었어도 소설 읽기를 그만두지는 않았다. 소설도 얼굴 바꾸기를 멈추지 않았다. 어느 때 소설은 카산드라의 운명이었다. 진실.. 2019.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