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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우리의 삶에 기여하는 지식교양

이수은작가5

[책 엿보기: 평균의 마음 4] 현대인인 여성이 고전을 읽을 때: 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소수 엘리트와 성직자의 전유물이었던 고전 오늘날 고전으로 손꼽히는 문학작품 대다수는 여성인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창작되었다. 이 말은 실제 독자의 성별과는 무관하게, 소설 속 화자가 상정하는 ‘가상의 청자’가 당대의 남성 대중이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때 남성이란 일정 정도의 지식과 재산을 소유한 자유민을 가리켰다. 노예나 농노인 남성은 부유하고 지체 높은 여성보다 더 독자로 상 상되기 어려웠다. 봉건시대에는 귀족이나 영주 가운데도 문맹이 적지 않아서 고전은 소수의 엘리트와 성직자의 전유물이었다. 책은 다른 어떤 문화 생산물보다도 신분과 계급에 민감했다. 이로부터 어떤 이들에게는 필연적 질문이 생겨난다. 여성인 독자가 고전을 읽을 때 그녀는 자신을 누구와 동일시할 것인가. 소설 속에서 주변적이거나 대.. 2021. 11. 16.
[책 엿보기: 평균의 마음 3] 돈은 왜 쓰고 싶나: 스콧 피츠제럴드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돈을 쓰고 싶은 충동은 본능일까 다들 아시다시피,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은 실제로 돈이 수중에 있고 없고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 또한 벌기도 전에 쓸 궁리부터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도 생각할수록 이상하다. 대부분 부자란 돈을 쓰는 데 비해 벌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막대한 시간을 투입하는 사람들인 것 같고, 보통 사람들에겐 계획이고 뭐고 생각할 틈도 없이 스쳐가는 게 돈이다. 말하자면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은 각자의 지불 능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건데, 이토록 비합리적인 욕망의 원인은 대체 뭘까. 그 답은 이미 20세기에 프랑스의 걸출한 사회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명쾌하게 내놓았다. 현대의 경제사회 구조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도록 구축되었다. 자유로운 개인은 소비함으로써만 집단 및 세계.. 2021. 11. 15.
[책 엿보기: 평균의 마음 2] 출세의 본질: 오노레 드 발자크 <잃어버린 환상> 평생 성공과 출세를 꿈꾼 작가, 발자크 고전에 조금이나마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발자크가 빚 때문에 하루에 커피를 50잔씩 마시면서 16시간씩 글을 쓰고, 채권자가 들이닥칠 때를 대비해 뒷문을 늘 열어두고 지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어쩌다 그렇게 큰 빚을 지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시는 듯하다. 발자크는 소르본 대학 법학과를 다니는 동안 파리의 엄청난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단지 돈을 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필명으로 발표했던 이때의 원고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지만, 가판대용 상업 소설과 대필, 단어 수로만 고료가 책정되는 시사칼럼 등이었다고 한다. 발자크는 일평생 성공과 출세를 꿈꿨는데, 그가 계획한 출세의 경로는 이랬다. 먼저, 사업으로 부를 축적하여 상층 부르주.. 2021. 11. 12.
[책 엿보기: 평균의 마음 1] 경험이 말해주는 것 그리고 미친 꼰대를 피하는 방법: 찰스 디킨스 <어려운 시절> 꼰대란 무엇인가 일상에서 혼용되는 꼰대의 규정은 세 범주로 나뉜다. 첫째는 꼰대의 사전적 정의에 따라,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해서 “우리 때는”으로 끝나는 푸념을 늘어놓는 어르신을 가리킨다. 세대 차를 빌미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일 때, 늙은이는 꼰대가 된다. 둘째 범주에는 교육적 의지가 추가된다. 청하지 않은 충고로 남을 가르치려는 연장자는 조언의 내용이 옳건 그르건, 합당하건 부당하건, 아무튼지 꼰대다. 꼰대가 ‘선생을 일컫는 은어’인 이유다. 마지막 범주는 한국의 현대 노동사에서 급격히 발달한 영역으로, 꼰대 선배, 꼰대 상사, 꼰대 사장의 횡포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세 범주의 꼰대가 공통으로 내세우는 근거는 경험이다. 경험은 인간이 외부 세계를 지각 추론 판단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며, .. 2021. 11. 11.
[신간 추천: 평균의 마음] 저마다의 극단을 사는 현대인을 위한 책 읽기 ★ 굉장한 책. 이렇게 영혼까지 푹 빠져 읽은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이수은의 문장들에 붙들릴 때마다 나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됐다. ―김혼비(작가) ★ 고전이 인간과 나 자신의 깊은 뿌리임을 이처럼 매력적으로 소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장대익(과학자)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라는 유쾌한 독서 처방전으로 독서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베테랑 편집자이자 열혈 독자인 이수은 작가의 신작. 전작에서 선보였듯 저자는 인문, 사회, 과학에 남다른 안목과 통찰력, 그리고 자기 관점을 가지고 고전을 해석하는 드문 독서인이다. 『평균의 마음』은 유머 감각과 해박한 지식, 오래된 책에 대한 진심은 기본값으로 하되 한층 더 깊고 예리해진 이수은만의 지적 통찰력을 보여주는 고전 독서 에세이다. 저자는 행복, .. 2021.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