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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엿보기-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고용은 개인이 자급할 수 있는 거예요" 이토 히로시 인터뷰

by 나와 우리의 삶에 기여하는 지식교양 2015. 7. 26.

"제가 생각하는 생업이란 개인 차원에서 시작할 수 있고, 하면 할수록 머리와 몸이 단련되고, 기술이 몸에 익는 일이에요. 생활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일로 만드는 것이죠. 하나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다 해도 지출을 줄이고, 작은 일을 몇 개 조합하고, 자급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나가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궁리해나가는 거예요. 앞으로 가족이 생긴다 해도 충분히 생활해나갈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어요. ...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일정한 기준을 갖고 덤벼본다면 특별한 재능 없이도 만들 수 있어요. 고용은 개인이 자급할 수 있는 거예요."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의 저자 이토 히로시는 2012년에 책을 출간하기 전후 메이저 언론에서 집중 조명을 받은 바 있습니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민음사)을 쓴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진행했던 NHK 프로그램의 게스트로도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아래에 올초 <마이니치> 신문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번역:지비원)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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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포럼> 미래의 일본으로: 생업 창업자 이토 히로시 씨

 

* '생업'으로 지역을 만든다

 

생활을 위해 회사나 조직에 얽매여 자기 시간을 쪼개 팔며 일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래도 괜찮을까. 보다 즐겁게 자기 힘으로 할 수 있었던 옛날의 생업 같은 일은 없을까. 작지만 여러 가지 '생업'을 가지고 시골에 살면 새로운 '고향'이 생겨난다. 그러한 사고와 실천을 책으로 정리해 지역 재생이라는 관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이토 히로시 씨에게 생업을 통해 보는, 새로운 관점의 지역 만들기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모토타니 나쓰키 본지 기자)

 

 

 

Q '생업'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일이라고 하면, 생활을 희생해서 자기 시간과 건강을 쪼개 팔면서 돈과 교환한다는 이미지가 강해요. 저도 벤처 기업에서 밤낮없이 일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 당시의 기억이 거의 없어요. 친구도 없었고요.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스크림만 먹었어요. 돈에도 늘 쪼들렸죠. 이건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에서도 쓴 거지만 제가 생각하는 생업이란 개인 차원에서 시작할 수 있고, 하면 할수록 머리와 몸이 단련되고, 기술이 몸에 익는 일이에요. 생활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일로 만드는 것이죠. 하나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다 해도 지출을 줄이고, 작은 일을 몇 개 조합하고, 자급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나가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궁리해나가는 거예요. 앞으로 가족이 생긴다 해도 충분히 생활해나갈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어요.

 

 

Q 옛 사람들은 다양한 생업을 가지고 생활했었죠.

저는 대학에서 삼림과학을 전공했는데 임업 가지고는 먹고살 수 없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어요. 하지만 옛날에도 임업만으로 생활할 수 있었던 이들은 아마 소수였을 것이고 대개의 산촌에서는 농업을 같이 했어요. 반농반어도 그런 경우예요. 몇 가지 일을 같이 했다는 걸 민속학자 미야모토 쓰네이치 씨 책에서 봤어요. 생업 가운데 하나의 예가 공예처럼 손으로 하는 일이에요. 대학원생일 때 필드워크를 나가서 시골의 버드나무 공예를 하는 곳이나 염색 공방에 가서 견습을 하며 조사를 했어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곳이 오키나와 니시오모테지마의 염색공방이었는데요, 공방도 자신들이 직접 지었고 쌀농사도 하는 등 자급력이 높았어요. 해외 전람회에 출품도 하면서 외부와 교류도 하고요. 그건 젊은 사람들이 맡아서 해요. 근대에 산업이 발전하면서 분업이 진행되었는데, 사람들이 목수 일을 안 하게 된 것은 전후 고도경제성장기 이후의 일 같아요. 다이쇼 9년(1920)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국세조사가 실시되었는데 그때 신고된 직업은 약 3만 5,000종이었대요. 현재 후생노동성이 발표하는 <일본표준직업분류>에서는 그게 2,167종으로 감소했어요. 예전에는 일의 다양성이 높았던 거죠.

 

 

Q 생업을 시작한 계기는요?

2007년 도쿄 도 세타가야 구의 폐교된 중학교 시설에서 개원한 사회교육원에 다녔는데요, 그때 만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가운데 몇 명이랑 오래된 단독주택을 빌렸어요. 많이 낡아 있었기 때문에 모두 같이 수리를 하려고 사람들을 모았는데 제법 많은 이들이 모여서 마루 깔기랑 미장 일을 했어요. 일단 해보고 잘 안 되면 집수리를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면서 하자는 식으로요. 저는 기본적으로 이런저런 기술을 갖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모으는 역할을 해요.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일정한 기준을 갖고 덤벼본다면 특별한 재능 없이도 만들 수 있어요. 고용은 개인이 자급할 수 있는 거예요.

 

 

Q 어떤 생업을 하고 계신가요?

예를 들면 '몽골 진짜배기 생활체험 투어'라는 게 있어요. 학생 때 몽골 문화에 관심이 있었는데 여행사에서 하는 투어는 유적을 돌아보기만 하는 식이어서 불만족스러웠어요. 그래서 일본 사람이 몽골에 갔을 때 어떤 것들을 재밌어할까 생각했어요. 말 타기나 몽골 음식, 망아지에게 낙인을 찍는 의식, 독특한 펠트 만들기, 몽골 씨름, 양 붙잡기, 밤새도록 뒹굴면서 별똥별 보기 등, 미리 원하는 사항을 듣고서 준비를 하지만 딱히 정해진 스케줄이 있는 건 아니에요. 일 년에 두 번만 개최하고 참가비를 받는 교육사업 비슷한 거라고나 할까요. 큰 여행사에서는 수지가 안 맞는 기획이에요. 현지에서 모여도 되고 거기에서 유목 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주로 익히는 여행도 아니에요. 또 '목조 교사 웨딩'도 있어요. 결혼식 비용이 비싸다고 다들 생각하는데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사진사, 사회자 등을 모은 다음 직접 준비를 해요. 군마 현 어느 시골에 드라마 촬영에도 쓰이는 폐교가 있는데 그곳에서 지인의 결혼식을 기획했어요.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 만족스러운 결혼식을 올릴 수 있어요. 그 외에도 친구네 매실 농장에 수확을 거들러 가기도 하고 수확한 매실을 도쿄에서 판매도 하는 식으로 돕고 있어요. '스튜디오4'라는 셰어오피스 임대 일도 하고 있고요.

 

 

Q '마루 깔기'는 잘되고 있다면서요?

지인이 와카야마 현의 한 폐교에서 시골에서 빵집을 열고 싶은 사람들을 가르치는 사업을 하는데, 저도 거기 사무국에서 일을 해요. 그런데 그곳의 거점이 2011년 여름에 수해로 큰 피해를 입었어요. 마루 깔기 일을 하는 분은 너무 바빠서 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끼리 해보기로 했어요. 마루 깔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을 모았더니 금방 열 명 정도가 모였어요. 일주일에 걸쳐 수해를 입은 100평방미터 정도 넓이의 마룻장을 갈았어요. 동료 중에 학원 강사 겸 목수인 사람이 있는데 잘 가르치시는 분이라 처음 해보는 사람도 금방 솜씨가 늘었어요. 식사를 포함해 하루 동안 머무는 데 3000엔 정도로 매우 싸기는 했지만 제대로 수업료도 받았고요. 이 일을 계기로 '전국마루깔기협회'라고 이름을 붙이고 활동을 계속하고 있어요. 알음알음으로 일 년에 열 건 정도 일이 들어와요. 얼마 전에는 홋카이도 어느 마을의 신축 건물에 마루를 깔러 갔었어요. 친환경 마을 한켠에 있는 워크숍용 건물 마루였는데요, 공사를 하는 동안 여러 사람이 모여 교류를 하는 게 홍보에 가장 도움이 돼요.

 

 

Q 그 홋카이도 마을에 살 집도 구했다면서요?

그 집도 고민가를 빌려 다른 이들이랑 공유하는 거예요. 두 달에 한 번 정도 가서 원고를 쓰거나 해요. 거주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골에서는 그 지역 사람들이 '뼈를 묻을 각오가 되어 있느냐'라고 종종 이야기하는데요,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이면 모처럼 이주를 생각한 사람도 주저하게 되잖아요. 결국 아무도 오지 않아서 빈 마을이 될 우려가 있어요. 보다 유연한 '시골'이 되면 좋지 않을까요? 행정에서 하는 지원촉진책도 보면 '자리를 잡으시면 100만 엔을 드린다'든가 '뼈를 묻을’ 것을 조건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정책은 그만두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각자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역에 공헌하면 된다고 봐요. 사람들이 들고 나면 일이 생기는 법이에요.

 

 

새로운 개념의 '시골'이라고 해야겠네요.

생업을 만들고 이를 해나가면서 생활환경 자체를 바꾸어 나가는 게 지역 만들기가 된다고 봐요. 저희 세대는 도쿄 같은 도시에서 자란 사람이 많아 아이가 태어나도 데리고 돌아갈 시골이 없어서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요. 도시보다 시골에서 자극을 느끼는 사람도 늘고 있어요. '뼈를 묻을 각오'니 하면서 문턱을 높이지 않고도 그런 사람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면 새로운 지역이 형성되고 세대가 이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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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시 씨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유사한 관점에서 책을 쓴 이케다 하야토라는 젊은 칼럼니스트(이자 아이티업계 종사자, 컨설턴트, 프로블로거...)가 자기 블로그에 매우 좋게 쓴 서평도 있습니다.


원문: http://www.ikedahayato.com/index.php/archives/23573


생업이라는 관점에 전면적으로 공감한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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