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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우리의 삶에 기여하는 지식교양
#책 엿보기

[책 엿보기-사람의 씨앗] 내 삶의 궤도를 수정하게 만든 이야기들

by 나와 우리의 삶에 기여하는 지식교양 2021. 1. 25.

<사람의 씨앗> 서문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가리켜 ‘두 발로 걷는 척추동물’이라고 정의한 글을 읽고 모욕감을 느낀 적이 있다. 인간을 동물에 견주어서가 아니라 분류(classification)와 정의(definition)의 대가로 철학사에 이름을 올린 그가 고작 두 발로 걷는다는 생물학적 특징만으로 인간을 정의했다는 사실이 불편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긴 플라톤이 먼저 인간을 ‘털 없는 두 발 짐승’이라 한 적이 있으니 아리스토텔레스만 탓할 일은 아니라 하겠지만 매사에 스승의 견해에 반대했던 그가 어찌하여 정작 인간에 대해서만은 견해를 달리하지 않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때문에 나는 그들이 인간을 정의할 때 혹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었거나, 아니면 높은 곳에서 인간을 내려다보며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기도 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가령 나더러 인간을 정의해보라고 주문한다면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면 냉큼 달려가 붙잡는 것이 인간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면 누구나 맹자의 측은지심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그것을 맹자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배웠다. 이를테면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에게 과자를 건네던 어린아이, 커피를 타주면서 돈을 받을 수 없다던 후암동 할머니, 불길을 뚫고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구출해낸 춘천의 세 청년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이 아니라면 내가 아무리 『맹자』를 백번 천번 읽었다 하더라도 무슨 근거로 인간이 단지 두 발로 걷는 척추동물일 뿐만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짐작건대 맹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맹자도 당시 백성의 삶을 보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측은지심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을 것이고, 거리에 가득한 사람이 모두 성인이라고 말했던 왕수인도 그 사실을 거리의 사람에게서 배웠을 것이다. 내가 그들의 글을 사랑하는 까닭은 그들이 인간을 정의하기 이전에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서이다.

책의 제목 ‘사람의 씨앗’은 공자가 평생을 통틀어 가장 자주 말했던 ‘인(仁)’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자 맹자의 ‘측은지심’을 가리켜 한 말이기도 하다. 글의 내용은 옛사람의 책을 읽고 배운 바를 기록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로부터 배운 이야기다. 본디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썼다기보다 나의 비망을 위한 기록으로, 거창한 이야기나 특별한 경험담이 없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하고 사소한 이야기들이다. 그런 사소한 일들이 내 삶의 궤도를 조금씩 수정하게 했고 이 책은 그런 궤적을 기록한 것이다.


"나는 운동가도, 이론가도 아닌 평범한 독서인이다. 좋은 책을 만나면 곁에 두고 읽고,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오면 암기해두었다가 두고두고 음미한다. 사회운동 경험이 없으니 세상을 바꿀 방법을 알지 못하고 이론을 창안한 적이 없으니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다. 그래도 좋은 글에 의지하여 길을 가다 보면 바라는 곳에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차이나는클라스 #전호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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