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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엿보기: 여자는 체력 1] "해마다 인생 최대의 몸무게를 경신해요"

by 나와 우리의 삶에 기여하는 지식교양 2020. 7. 14.

나이와 체중에 관한 통념들,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해마다 인생 최대의 몸무게를 경신한다.” 
“체성분 검사지를 보니 과체중이다.”  
“나이 들면 퇴행성 질환은 피하기 어렵다.”

나이와 체중, 노화에 대한 통념들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나? 사회에서 정상 범주로 보는 표준 체중, 사진 속에서 예뻐 보이는 미용 체중,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평가받는 체중은 내 몸의 성적표와 같다. 그런데 저울 위 숫자로만 내 체중을 판단할 수 있을까? 키, 성별, 체중만으로 과체중, 저체중을 판단하는 기계와 달리 실제 건강하다고 느끼는 체중은 사람마다 다르다.  
한번은 체성분 검사 결과지를 들고 내게 와서 이렇게 물은 분이 있다. 
“선생님, 이걸 보니까 제가 과체중이래요. 체중을 72킬로그램까지 5킬로그램이나 줄이라고 나와서 심란하네요.” 
“그래도 처음 오셨을 때보다는 체중이 줄었어요. 요즘 일상생활하실 때나 운동하실 때 어떤 느낌이세요?” 
“전보다는 몸이 아주 가벼워요. 체력도 좋아진 느낌이고. 체중계에 올라가지 말라고 하셔서 체중을 재 보진 않았는데, 옷이 조금 헐렁해져서 이번 검사 때 살이 많이 빠졌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니까 실망스럽죠.” 
“몇 년 전에 다이어트로 70킬로그램까지 뺐다고 하셨죠? 그때 느낌이랑 비교하면 어떠세요?”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건강한 느낌이에요. 그때는 밥을 거의 안 먹으면서 단기간에 뺐거든요. 배가 고프니까 성격이 예민해지고, 기운도 없었어요.” 
“여기서 5킬로그램을 더 빼면 어떨 것 같으세요?” 
“더 줄이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안 맞던 옷이 다시 맞으니까, 특별히 지금 체중이 많이 나간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체성분 검사지를 가지고 상담할 때 나는 늘 숫자보다 전체적인 비율과 현재 몸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권한다. 숫자에 얽매이다 보면 정말로 중요한 ‘스스로 판단하는 몸의 느낌’을 놓칠 수 있다. 저울에 표시되는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나이가 숫자일 뿐인 것처럼 말이다. 

움직임 부족과 나잇살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인 여성들의 운동 모임에서 나잇살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눈 적 있다. 이들이 30대 후반부터 살이 찌기 시작해 지금까지 해마다 인생 최대의 몸무게를 경신한다고 푸념했다. 나잇살이 있다면 적어도 젊었을 땐 말랐어야 하지 않냐며 깔깔대다 어떤 분이 “도대체 나잇살이 뭐죠? 근거가 있는 말예요?” 하고 진지하게 물었다. 다들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나잇살’을 파헤쳐 보자며 각자 몸의 역사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살이 찌기 시작할 무렵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걷는 시간보다 운전하는 시간이 길었고, 몸에 좋은 음식은 다 챙겨먹고 움직이기 귀찮아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았나? (이미지 출처: https://pixabay.com)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돌이켜 보니, 살이 찌기 시작할 무렵 차를 사서 걷는 시간보다 운전하는 시간이 길었고 몸에 좋다는 음식도 챙겨 먹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부터 과중한 업무량과 휴식 부족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늘 피곤해서 식사가 불규칙해졌고, 움직이기 귀찮아서 계단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으며, 시간에 쫓겨 버스나 지하철보다 자가용과 택시를 타다 보니 ‘나잇살’이 생겨 버린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생리학적인 면에서 생애 주기별로 호르몬 변화가 나타나는 것과 약물 부작용에 따라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나잇살도 좋지 않은 식습관과 신체 활동량 감소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퇴행성은 어느 행성인가

우리나라는 중년 이후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통증과 불편감이 있다는 사람에게 ‘퇴행성 질환’ 같다는 진단이 쉽게 내려지며 이에 대해 대부분 너무 순순히 받아들인 뒤 ‘퇴행성이라면 어쩔 수 없지.’ 하고 체념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무릎이 아프고 허리도 아파서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찾아오신 분이 “뭐, 어쩌겠어요? 나이 들어서 그런 거겠죠.” 하고 맥없이 말하면 왜 이렇게 무기력해지셨나 싶어서 안타깝고 속상하다. 이런 분들 가운데 상당수는 몇 가지 간단한 마사지와 운동으로 상태가 많이 호전되기 때문에 ‘통증이 정말 나이 탓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통증의 원인은 퇴행성 관절염이 아니라 ‘움직임 부족’인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늙음은 추하다, 통증은 늙어서 생긴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는 사회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미용·건강 관련 기업과 환자의 공포로 돈을 버는 비양심적 병원들일 것이다. ‘나이 듦’은 통제할 수 없고 추하다는 그릇된 메시지에 압도되어 무기력해지지 말고 내 몸의 역사와 특징부터 찬찬히 돌아보자. 그 특별한 역사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내 몸은 그저 변화에 적응했을 뿐이다.

퇴행성 질환은 간단한 마사지만으로도 상태가 많이 호전될 수 있다. ⓒ이봄

내 몸의 상태를 알고 싶을 때는 몸 지도 그리기

오랫동안 자주 만난 친구와 함께하면 침묵 속에서도 편안하듯, 일상적으로 몸과 소통한 사람은 자기 몸이 말하는 걸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린다. 
몸의 언어는,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작고 무시하기 쉬울 만큼 미약하다. 어쩌다 평소와 다른 느낌이 있어도 ‘응? 몸이 왜 이러지?’ 하고는 그만. 내 몸 돌보기는 일상에서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하지만 몸은 한순간도 침묵하지 않는다. 떨림, 온도, 소리, 잡아당기는 듯한 긴장, 무게, (호흡이나 혈류) 속도 등과 같은 감각으로 자기 언어를 전한다. 만일 이런 몸의 신호를 오랫동안 알아차리지 못할 경우 몸은 통증이라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어떤 운동을 시작하든 먼저 내 몸 상태를 알아야 한다. 외부 강연을 나가면 나는 가끔 참가자들에게 ‘몸 지도’와 ‘건강 곡선’을 그려보라고 한다. 몸 지도에 지금 몸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어디인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어디인지, 신체의 각 부위를 각기 다른 색으로 칠한다. 그런 뒤 참가자들과 돌아가면서 자신의 몸 지도를 보여주며 이야기한다. 손목이나 어깨가 괜찮은지, 허리가 아프진 않은지, 전에 아팠는지, 지금 감기에 걸렸다거나 생리 중이라면 그것도 말한다.

몸 지도: 아픈 곳, 신경 쓰이는 곳 등을 표시해 본다. ⓒ이봄

이렇게 하면 사람들은 잠시 자기 몸에 대해 돌이켜 보게 된다. 일상에서 자기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에이, 대충 파스나 붙이지.” 하던 사람들도 ‘내가 언제부터 무릎이 아팠더라?’, ‘감기가 이번엔 꽤 오래가는데, 왜지?’ 하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전에는 표현하거나 드러내지 않던 몸에 대한 생각을 말로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치유받기도 한다.

내 몸의 역사를 알고 싶을 때는 건강 곡선 그리기

‘건강 곡선 그리기’는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이걸 그려 보고 그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같이 상상하며 운동 계획을 세우면 동기부여뿐만 아니라 실제 운동 목적 달성에도 효과적이다. 
‘건강 곡선’은 목적에 따라 ‘인생 곡선’이나 ‘내 몸의 역사’로 바꿔서 그려 볼 수도 있다. 출생부터 현재까지 나이를 가로축으로 하고, 세로축은 목적에 따라 ‘건강 점수’ ‘움직임 점수(신체 활동량)’ ‘행복 점수’ 등으로 다양하게 설정한다. 열 명 안팎의 작은 집단을 이뤄 그리면 효과적인데, 참가자 수가 이보다 많다면 대여섯 명 정도로 모둠을 나눠 진행한다. 

건강 곡선. (출처: <여자는 체력>)

건강 곡선 그리기에 참가한 사람들이 이런 소감을 남겼다. 
“몇 년 동안 운동은 안 하고 다른 일에만 힘쓰고 살았는데, 내 몸의 역사에 대해 알아본 것을 계기로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제 인생은 무난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여러 번 굴곡이 있었더라고요. 건강에 대해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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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여자는 체력>의 본문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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