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엿보기: 어른을 위한 국어 수업 1] 문해력 향상 1- 초등학생 조카가 부가가치세가 뭐냐고 묻는다면?

초등학생에게 세금에 대해 설명하기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자. 당신이 초등학교 6학년인 자녀나 조카와 슈퍼에 장을 보러 왔다. 물건을 다 사고 영수증을 받은 다음 집으로 돌아가려는 중이다. 그런데 아이가 당신 손에 들려 있던 영수증을 가져가서 보다가 갑자기 이렇게 묻는다. “‘부가세’가 뭐예요? 물건 값에 이런 게 원래 있어요?” 아이는 돈을 내고 물건을 가져오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 말이 끼어드는지 모르겠다는 눈치다. 
자, 그래서 당신이 ‘부가가치세’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먼저 “퍼센트라는 말을 아니?” 하고 묻는다. 아이가 안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1학기가 지났다면 백분율을 배웠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설명해 본다.

1. 예문

세금 중에 ‘부가가치세’라는 게 있어. 물건의 정가에는 물건 값하고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지. 부가가치세는 물건 값의 10퍼센트니까 정가 1100원짜리 초콜릿에는 세금 100원이 포함되어 있는 거야. 

하지만 아이는 세금이라는 말 자체가 뭔지를 모른다. 6학년 2학기가 돼야 ‘납세의 의무’에 관해 배우기 때문이다. 세금이 뭔지 잘 모르는 아이는 잇달아 질문을 퍼붓는다. 
  
“세금이 뭐예요?” 
“왜 괜히 돈을 더 내야 해요?” 
“그 돈은 가게 주인이 갖는 거예요? 너무하잖아요.”“정가가 뭐예요?”

출처: https://pixabay.com/

2. 문제

예문 1을 (백분율은 배웠어도 세금은 아직 배우지 않은) 초등학교 6학년생도 알 수 있도록 고쳐 써 보자.

3. 힌트

세금은 부과하는 기관에 따라 국세와 지방세로 나뉘며 그것을 거두는 방식에 따라 직접세와 간접세로 나뉜다. 부가가치세는 국세이며 간접세고, 지금 초등학생으로서는 의문이 든다. “왜 물건 값에 ‘부가세’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는가?” 이 의문을 풀어 주는 데 세금의 종류까지 다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단 부가가치세는 국세니까 초등학교 6학년생도 알 수 있도록 국세에 대해 설명하고, 물건을 살 때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시켜 보자. 이에 따라 설명하는 글을 써 본다.

4. 고쳐 쓴 예문

나라에서 건물이나 도로를 만드는 등 다양한 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해. 이런 돈을 마련하도록 나라의 구성원인 우리가 ‘세금’이라는 것을 내지. 세금이 없으면 나라가 제구실을 할 수 없게 돼. 나라에서 할 일이 많은 만큼 큰돈이 필요하고 세금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물건을 살 때는 ‘부가가치세’라는 세금을 내는 거야. ‘부가’라는 건 ‘뭔가가 더해진다’는 뜻이고 ‘가치’는 ‘어떤 물건의 쓸모’라고 할 수 있어. 그럼 ‘부가가치’의 뜻은 ‘어떤 물건의 쓸모가 더 커졌다’는 거겠지. 예를 들어, 사과를 산다고 해 보자. 사과는 나무에서 딴 뒤에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 손을 대지 않은 ‘농산물’이라서 ‘부가가치’가 더해지지 않았다고 나라에서 정했거든. 그래서 사과를 살 때는 세금을 내지 않아. 하지만 사과로 잼을 만들었다면 사과의 원래 가치에 ‘잼’이라는 쓸모가 더해졌다고 보고, 사과잼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도록 정했지. 그리고 지금 부가가치세는 물건 값의 10퍼센트야. 그래서 5000원짜리 사과잼을 산다면 그 값의 10퍼센트, 곧 500원을 세금으로 내는 거야. 이 500원은 가게 주인이 갖는 돈이 아니라 나라가 쓰는 돈이지.

예문과 비교해 보자. 고쳐 쓴 예문은 초등학교 6학년생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우리는 예문 정도면 설명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Hitomi Nakajima

상대가 정말로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면
  
‘상대방의 자리에서 생각한다’는 말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내 말에 힘을 실으려면 ‘상대가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데 좀처럼 이해해 주지 않는다. 그래도 이해시키고 싶다.’ 하고 절실해 봐야 한다. 이런 경험을 직접 해 보지 않은 채 책으로 배워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렇게 해서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힘은 갖지 못한다. 내가 예문을 보여 주면서 독자에게 질문하는 것은 직접 해 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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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국어 수업> 책 엿보기 

#1 어른을 위한 국어 수업을 시작합니다 

#2 초등학생 조카가 부가가치세가 뭐냐고 묻는다면? : 상대의 입장 고려하기

#3 그리고? 그러나? 접속 표현 참 어렵다: 접속사 고르기 

#4 정확히 읽으려면 글의 줄기와 가지를 구별해야 한다: 요약 연습   

#5 끝없는 논쟁에서 벗어나려면: 반론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