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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엿보기: 한국사 영화관 3] 3.1운동의 영향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한 사람들

by 나와 우리의 삶에 기여하는 지식교양 2019. 2. 7.

이 글은 '36편의 영화로 읽는 교양 한국사' <한국사 영화관>(전 2권)을 재구성한 포스팅입니다. 총 4회에 걸쳐 전근대, 근현대 한국사를 간략하게 훑어보겠습니다!

 

“육혈포를 꽉 잡은 채” 자결한 김상옥 열사×<밀정>

1919년에 일어난 3・1운동은 그야말로 계급과 지역과 성별을 초월한 범국민적 독립운동으로 왕권 대신 민권을 중심에 둔 국가관을 갖는 계기가 된, 우리 민족사에서 참으로 큰 사건이다. 3・1운동을 통해 민족적 자각과 단결의 의미를 깨달은 사람들이 속속 독립운동에 투신했는데, 김상옥 열사도 그중 한 명이다. 

영화 <밀정>의 도입부에서 독립운동가 김장옥(박희순 분)은 군자금을 마련하려다가 친일 부호가 쳐 놓은 함정에 빠지고, 일경과 극한 대치 끝에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군자금 마련 부분은 실제 사건과 다르지만, 김장옥이 일제와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싸우다가 장렬하게 죽는 것은 김상옥 열사의 최후와 유사하다. 

<밀정>에서 무장 독립운동가 김장옥을 포위한 이정출과 일경들.

 

그는 1920년 서울에서 혁신단이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하고 독립사상을 계몽・고취하는 한편 일제 주요 인사의 암살을 기도했다. 처음에는 국내에서 총독 암살을 계획했는데, 일경에게 동지들이 발각되자 국외에서 힘을 기르기 위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 상하이로 망명했다. 그리고 이때 김원봉(金元鳳, 1898~1958)을 중심으로 결성된 의열단에도 참가했다. 

김상옥은 군자금을 모으다가 1923년에 다시 총독 암살 계획을 실행하려고 무기를 마련해 국내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 움직임을 파악한 상하이 주재 일경의 통보로 일제가 경계를 강화해, 총독 암살이 어려워졌다. 결국 김상옥은 계획을 바꿔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졌다. 당시 종로경찰서는 대표적인 독립운동 탄압 기관이었다. 폭탄을 맞은 종로경찰서는 아비규환이 되고, 거사를 치른 김상옥은 일경에 신분이 드러나 쫓기는 신세가 된다. 

<밀정>에 등장하는 김장옥(박희순 분)의 실제 모델인 김상옥 열사. 제공: 독립기념관

〈밀정〉에서 양손에 권총을 든 김장옥이 지붕을 넘나들며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김상옥의 도피 과정이 그랬다고 한다. 그는 도피하면서도 시가전을 치르고 주요 일경을 사살하기도 했다. 일경이 그를 잡기 위해 1000여 명이나 동원되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신출귀몰했어도 혼자 1000명을 상대하기란 중과부적이었다. 영화 속 김장옥처럼 김상옥은 마지막 탄환 한 발을 자기 가슴에 겨누고 벽에 기댄 채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면서 자결, 순국했다. 그때 그는 서른네 살이었다. 

 

불굴의 독립운동가, 비운의 삶 김시현 ×<밀정>

<밀정>에서 이정출과 함께 국내로 무기를 반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김우진(공유 분)의 모델이 된 김시현은 안동 출신으로 메이지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지식인이었다. 그도 3·1운동 이후 만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의열단에 들어가 무장투쟁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의 주모자로 체포되어 10년형을 받고 복역했다. 출소 뒤에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에 나섰고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의 생도를 모집할 때 북경 지역 책임자가 되었는데, 이때 민족시인 이육사(李陸史, 1904~1944)가 1기생으로 입교하기도 했다. 

김시현은 불굴의 독립운동가다. 독립운동 혐의로 여섯 번 체포되고 19년간 복역하면서도 결코 독립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1945년 광복 후 귀국한 김시현은 해방 정국 초기에 귀환 동포와 국외 동포를 돕고 보살피면서 해방된 새 나라에 대한 기대를 실현하려고 했다. 그러다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한반도의 분단이 확 실해지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치에 나섰고, 1950년 안동에서 2대 국회의원으로 당선했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이 국회는 1주일밖에 열리지 못했고, 그의 의정 활동도 여기서 그친다. 

독립운동가 김시현을 모델로 삼은 <밀정>의 김우진(공유 분)

1952년, 김시현은 의열단원으로 독립운동을 함께 한 유시태(柳時台, 1890~1965)와 돌연 대통령 이승만(李承晩, 1875~1965) 암살에 나섰다가 총알이 불발해 실패했다. 이승만이 전쟁으로 도탄에 빠진 국민을 위하기는커녕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민간인을 학살하고 독재를 공고히 한다고 본 김시현은 그를 제거하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방아쇠는 유시태가 당겼지만, 그 배후에는 김시현이 있었다. 당시 유시태는 62세, 김시현은 69세였다. 이 사건으로 김시현은 사형을 언도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되는데, 8년 넘게 수형 생활을 한 뒤 1960년에 4・19혁명으로 석방되었다. 

김시현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의를 참지 못하는 불굴의 삶이었다. 그는 한평생 독립운동과 반독재 투쟁에 몸을 던졌으나, 이승만 암살 미수 사건 때문에 지금까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한 비운의 인물로 남아 있다. 

 

아나키스트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박열>

박열의 집안은 경상도 문경에서 대대로 글을 읽는 선비 가문이었는데, 총독부의 지원을 받은 일제 자본가들이 문경을 광산으로 개발하는 과정에 몰락했다. 

1919년 10월 일본 도쿄로 건너가 가난한 유학 생활을 하던 박열은 일본의 아나키스트들과 교류하면서 사상적 영향을 받는다.

박열은 16세 무렵 서울의 경성고등보통학교로 진학했는데, 이 학교는 현재 경기고등학교의 전신이다. 경성고보 시절 일어난 3・1운동에 적극 참여한 박열은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려 했다. 민족적 거사에 공명한 그는 학업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친구들과 만세 시위를 이어 나갔다. 그러나 일제의 잔혹한 탄압으로 3・1운동의 열기가 잦아들자, 박열은 독립운동을 이어가기 위해 1919년 10월에 적의 심장인 일본 도쿄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고학을 시작한 박열은 영화 <박열>에서처럼 인력거꾼부터 날품팔이, 인삼 행상 등 갖가지 고된 노동을 하면서 영어 학교에 다녔다. 그리고 일본의 아나키스트들과 교류하면서 아나키즘의 세례를 받았다.  

영화 〈박열〉은 1920년대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 박열과 그의 아내 가네코 후미코의 유쾌하지만 비장하고 가벼운 듯하면서도 치열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박열이 고향에서 3・1운동을 이어 가던 시기에 가네코 후미코도 한국에 있었다. 박열과는 다소 다른 처지에서 있었지만 그녀 또한 3・1운동에 무한히 감격하고 한국인의 마음에 감응했다. 박열보다 한 살 어린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과는 다른 의미에서 일본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핍박당한 일본의 빈민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텅스텐 광산에서 광부로 일하다 그 지역의 아가씨와 눈이 맞아 도망친 뒤 가네코 후미코를 낳았다. 그러나 가네코 후미코는 출생신고도 없이 부모에게 버림받았다. 도시 빈민으로서 각자 살기에도 힘겹던 부모가 일찌감치 헤어져 가네코 후미코를 서로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노동과 학업을 병행하던 가네코 후미코는 아나키스트 가 운영한 ‘오뎅집’에서 일하며 일본과 한국의 아나키스 트들과 교류하다 박열을 알게 된다.

가네코 후미코는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자라다가, 결국 청주에 있던 고모 집에 맡겼고 당시 고모와 함께 살던 친할머니로부터 심하게 구박받았다. 친할머니는 그녀를 손녀로 인정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노동과 구박에 시달리며 자살까지 생각한 그녀를 측은하게 여긴 이들은 한동네의 한국인들이었다. 가네코 후미코는 3・1운동을 목도하면서, 핍박받는 한국 사람들의 심정에 공감하고 그들의 항거에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박열과 마찬가지로 1919년에 일본으로 간 가네코 후미코는 자신의 운명을 더는 친척에게 맡기지 않고 홀로 도쿄에 정착했다. 그리고 박열처럼 일하면서 영어 학교에서 고학하였다. 아나키스트였던 이와사키(岩崎)가 운영하는 ‘오뎅집’에서 일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아나키스트들과 교류하였다.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운명과도 같이 박열의 시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를 접한다.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의 열정과 결기에 반해 1922년부터 그와 동지적 우애와 남녀의 사랑으로 뭉쳐 함께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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