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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엿보기: 한국사 영화관 1] 전통 시대 극한 직업, 왕

by 나와 우리의 삶에 기여하는 지식교양 2019. 2. 1.

이 글은 '36편의 영화로 읽는 교양 한국사' <한국사 영화관>(전 2권)을 재구성한 포스팅입니다. 총 4회에 걸쳐 전근대, 근현대 한국사를 간략하게 훑어보겠습니다!

 

<한국사 영화관>(전근대 편)에는 많은 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잔혹하게 죽임을 당한 고려의 공민왕+<쌍화점>, 조카를 죽이고 왕이 된 조선 세조+<관상>, 성리학적 규범을 초탈한 왕 연산군+<왕의 남자>, 임진왜란 기에 민심을 얻은 아들 광해군을 질시한 선조, 폭군이라는 누명을 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광해군+<광해, 왕이 된 남자>,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영조, 세종과 더불어 조선 시대 성군으로 알려진 정조+<역린> 등. 

최고로 존엄한 존재였지만 왕권을 차지하고 위해, 또 유지하기 위해 스트레스 만렙을 찍었을 왕들. 이중 공민왕, 광해군, 정조 이야기를 살펴보자.

 

섬뜩하고도 잔혹한 공민왕의 최후 × <쌍화점>

 

유하 감독의 영화 <쌍화점>(2008년 개봉)은 고려 말 원의 간섭기, 고려 왕실을 배경으로 한 격정 애정극이다. 고려가요 <쌍화점>을 영화 제목으로 한 것은 고려가 배경인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 남녀가 어울려 서로 즐기는 노래) 영화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일 테다. 영화의 중심 이야기는 왕과 왕비 그리고 호위 무사 사이에서 벌어진 묘한 삼각 애정 관계인데,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것은 고려 31대 왕 공민왕(恭愍王, 재위 1351~1374)의 실제 시해 사건이다. 

영화 <쌍화점>에서 왕과 홍림은 각별한 사이로 나온다. 『고려사』의 기록을 보면, 말년의 공민왕은 자제위의 청년들과 통정하는 양성애자였으며 여자 옷을 즐겨 입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 <쌍화점>에서 왕이 사랑하고 왕비와도 사랑하게 되어 삼각관계의 중심에 있던 호위 무사 홍림(조인성 분)은 공민왕 대에 실존한 홍륜(洪倫, ?~1374)에 기초해 만든 인물로 보인다. 

실제 『고려사』에 남아 있는 공민왕의 최후는 섬뜩할 만큼 현실적이고 잔혹하다. 영화에서처럼 실제 공민왕도 홍륜과 익비(보탑실리가 죽은 후 들인 후비)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으려고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은밀한 관계를 아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고 했다. 그러자 이를 알게 된 내시 최만생(崔萬生, ?~1374)이 아이의 아버지인 홍륜과 자제위의 청년들에게 이를 알렸다. 목숨이 위태로웠던 그들은 이때까지 모셨던 왕을 배반하고 즉각적으로 시역(弑逆: 신하가 임금을 죽이는 일)에 참가하였다. 왕이 술에 취해 잠든 틈에 침전에 들어간 홍륜과 동료들은 뇌수가 벽에 튀어 붙을 때까지 왕을 칼로 내리쳐 죽였다. 

 

아버지 선조의 구박과 질시를 극복하고 왕이 된 자 ×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년에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는 그동안 한국 역사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던 광해군 대를 시대 배경으로 해 조선 중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낸 영화다. 영화는 이런 광해군 시기의 긴장감 넘치는 정치 상황에서 왕의 유고(有故)로 얼떨결에 잠깐 왕 노릇을 하게 된 시정의 만담꾼 하선(이병헌 분)을 통해 왕위의 지엄함과 고뇌를 보여 준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고뇌하던 왕 광해군을 재조명한다.

 

광해군은 왕이 되기 전부터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많은 고초를 겪은 사람이다. 이렇게 된 데는 그의 아버지 선조의 영향이 크다. 이 글에서는 광해군이 왕이 되기까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선조는 자신의 왕권에 열등감이 많았다. 명종 대까지는 태조 이성계의 혈통을 정통으로 잇는 사람들이 왕이 되었는데, 명종이 후사 없이 죽자 명종의 비인 인순왕후의 남동생 심의겸의 후원 덕에 중종의 후궁 소생 손자인 선조가 왕으로 발탁되었다. 신하 덕에 왕좌를 얻은 선조는 언제나 자신의 뒤를 이를 세자는 제대로 된 적장자이기를 바랐다. 그런데 선조는 자신의 바람과 달리, 적장자를 낳아 줄 왕비인 의인왕후와 금슬이 그다지 좋지 못했고, 세자 자리를 비워 두어 후궁 소생 왕자들을 허무한 정쟁에 휩쓸리게 했다. 

광해군은 선조의 후궁 소생 아들 중 공빈 김씨가 낳은 둘째 아들로 왕의 재목으로 가장 싹수가 있고 총명했다. 그러나 선조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광해군을 저울에 올렸다 내렸다 하며 불안에 떨게 했다. 그러던 중 임진왜란이 터졌다. 파죽지세로 올라오는 왜군을 피해 궁을 떠나면서 선조는 후사를 걱정하는 신하들의 청에 떠밀려 광해군을 마지못해 세자로 정했다. 

피난 이후 선조와 광해군이 보여 준 태도는 판이했다. 선조가 계속 북진하면서 명의 처분만을 바라고 여차하면 나라를 버린 채 중국으로 망명할 계획까지 세우는 동안, 열여덟 살의 세자 광해군은 전쟁터를 직접 찾아다니며 의병과 관군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민심은 수도를 버리고 떠난 선조 대신 광해군을 향하고 있었다. 

 

변곤의 <동래부순절도>, 울산박물관. 1592년(선조 25) 4월 15일 동래부사 송상현과 부민들이 왜군에 맞서 싸우다 순절한 사건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무렵 임진왜란이 끝났다. 선조는 전쟁 동안 자신이 보인 비겁한 태도를 수습할 길이 없는 민망함과 급부상한 아들 광해군에 대한 질투에 그를 대놓고 구박하기 시작했다. 

나이 오십에 홀아비가 된 선조는 열여덟 살 처녀에게 새장가를 들었다. 선조는 젊은 왕비를 총애했고 그 덕에 오십 줄에 정비 소생 아들, 적자를 얻었다. 적장자가 아니란 이유로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질투까지 받은 아들 광해군은 그야말로 조용히 엎드려 세월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지 않았는지 광해군을 내쫓고 영창대군을 세자로 올리기 전, 선조가 사망하고 광해군은 예정되어 있던 왕좌를 차지한다.

 

누가 정조를 죽이려 했나 × <역린>

 

정조는 흔히 조선의 중흥기를 이끈 왕으로 알려졌으며 세종과 더불어 성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학계에서 정조 시대를 다양하게 조명하는 연구가 많아졌는데, 이런 학문적 성과가 문화계로 넘어가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과 영화, 드라마 등을 많이 만들어 냈다.

조선 시대 왕실에는 잔혹한 스캔들이 꽤 많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중 가장 말초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임오화변이다. 69세 아버지 영조가 28세 아들 사도세자를 음력 5월, 즉 양력으로 6월에서 7월로 넘어가는 한여름에 8일간 뒤주에 가두고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게 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바로 임오화변(1762)이다.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토록 망극한 사건이 벌어졌을까? 사건의 원인을 두고 여러 의견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 부자를 사이에 두고 일어난 붕당 간 갈등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영조 어진>, 국립고궁박물관

 

정조가 왕세손(왕위를 이을, 왕의 손자)이던 시절, 그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인 노론 측은 정조가 왕위를 잇지 못하게 하려고 갖가지 위기 속에 정조를 몰아넣었다. 그러나 정치적 입지가 불리하다고 여긴 정조는 자중자애 근신을 거듭하며 노론의 위협과 할아버지 영조의 시험을 통과해 냈다. 

정유역변은 정조가 즉위한 다음 해인 1777년(정유년) 7월 28일 에 벌어진 정조 암살 미수 사건이다. 영화 <역린>에서는 암살범들이 대놓고 궁에 들어오는 상당한 규모의 액션 장면으로 과장되었는데, 실제 정유역변은 사건 당일에 조용히 처리되었다. 정조가 개인 서재인 경희궁 존현각에서 주위를 물리고 책을 읽고 있는데, 지붕에서 발소리가 들리고 기왓장이 깨지는 소리까지 났다. 놀란 정조가 급히 사람들을 불러 살펴보게 하니, 존현각 지붕의 기왓장이 밟혀 깨진 채 흩어져 있었다. 왕이 있는 곳에 몰래 침입하려는 자라면 자객이 분명했다. 위기를 느낀 정조는 곧 창덕궁으로 옮겨 갔는데, 7월 28일 존현각 지붕에 오른  자객이 8월 11일 창덕궁에 다시 침입하려다가 붙잡힌다. 

영화 〈역린〉은 1777년 7월 28일, 개인 서재인 경희궁 존현각에서 책을 읽고 있던 정조를 암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배후가 밝혀진다. 정조의 즉위를 방해하던 노론 강경파 홍술해(洪述海, 1722~1777)의 아들 홍상범(洪相範, ?~1777)이 주축이 되어 정조의 암살을 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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