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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추천: 로맨스 영화를 읽다] 로맨스 영화 명작으로 읽는 사랑의 인문학

by 나와 우리의 삶에 기여하는 지식교양 2022. 9. 1.

메멘토문고/나의독법 네 번째 책 <로맨스 영화를 읽다>가 출간되었습니다.

[간략한 책소개]

로맨틱 코미디의 여제 노라 에프런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부터 퀴어 로맨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까지, 영화사에 빛나는 19편의 로맨스 영화를 읽으며, ‘낭만적 사랑’의 위기가 어떻게 영화에 반영되는지, 오늘날 정치사회의 쟁점들과 로맨스 영화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낭만적 사랑 자체에서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규범을 끌어낼 수 없는지를 본격 탐구한 책이다. 
여성주의적 로맨스는 가능한가? 성소수자의 사랑을 그리는 로맨스 영화들이 최근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랑을 꿈꾸기 어려운 오늘날 청춘들의 몸은 어떻게 욕망을 발산하는가? 신자유주의적 경쟁사회에서 사랑은 어떻게 변해가는가? 사랑은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현대성을 관통하는 열쇠다. 이 책은 사랑을 사유해온 인문학과 로맨스 영화의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한다. 

* 이 책의 내용

많은 여성은 자립하는 삶을 위해 분투하면서도 낭만적 사랑을 꿈꾼다. 그들에게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참조할 만한 여성주의적 로맨스일 것이다. 문제는 성의 변증법을 쓴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남성 권력의 원천이 바로 여성들이 주는 사랑이라고 말했듯, 여성주의와 로맨스(영화)는 공존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저자는 수잔과 폴린 두 여성의 14년에 걸친 사랑과 우정에 관한 영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1977, 아녜스 바르다 감독)를 통해, 환상이 아니라 현실에 착지한 여성주의적 로맨스의 가능성을 엿본다. 여성주의와 로맨스의 만남처럼 오늘날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쟁점들과 로맨스 영화는 어떻게 조우할까? 1오늘날 사랑의 풍경에서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셀린 시아마 감독), <아워 바디>(2018, 한가람 감독), <더 랍스터>(2015,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토니 에드만>(2016, 마렌 아데 감독)을 읽으며, 성소수자의 사랑을 그리는 로맨스 영화들이 최근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사랑을 꿈꾸기 어려운 오늘날 청춘들의 몸은 어떻게 욕망을 발산하는지, 신자유주의적 경쟁사회에서 사랑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살펴본다.

2위기의 로맨스에서는 강렬한 열정 대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서히 스며드는 사랑을 그린 노라 에프런의 로맨틱 코미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롭 라이너 감독), <유브 갓 메일>(1998) 두 편으로 감정의 기브앤테이크이자 새로운 정체성을 협상해가는현대의 합류적 사랑을 논한다. 노라 에프런의 안전 운행 로맨스는 분명 합리적이지만 한쪽이 손해를 본다고 느낄 때 협상은 중단될 위험이 있다. 또 다른 위협도 있다. ‘열정섹슈얼리티낭만적 사랑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체실 비치에서>(2017, 도미닉 쿡 감독)<아사코>(2018,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서는 오히려 그것들이 사랑을 위협하기도 한다. 저자는 그런 위기를 해소할 사랑의 형태를 그린 영화로 에리크 로메르의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1969)<겨울 이야기>(1992)를 제시한다. 사랑에 대한 영화적 질문인 <사랑을 카피하다>(2010,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궁극적으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미드나잇>(2013)에서 동거 커플 제시와 셀린이 감정싸움을 하는 것은 사회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가사와 육아에 대한 갈등은 단지 부부간 역할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과중한 직장 업무, 공적 복지의 약화와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내면의 밀실 같지만 거기에 사회구조가 응축되어 있다. 2부에서 본 합류적 사랑은 연인들의 감정에 압축돼 있는 세계의 실상은 간과한다. 3낭만적 사랑의 정치적 확장에서는 비포 3부작(<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지미스 홀>(2014, 캔 로치 감독), <일 포스티노>(1994,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 <네루다>(2016, 파블로 라라인 감독)를 분석하며, 낭만적 사랑 자체에서 윤리적, 정치적 규범을 끌어낼 수 없는지를 살핀다. 이 영화들에서 사랑은 윤리와 정치의 원천이 된다. “내가 를 사랑하듯 타인 역시 누군가의 로 존재함을, 사랑의 연결망 안에서 이 세계에 무수한 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189)


[추천사]

《씨네21》 이다혜 기자 추천

사랑과 해피엔딩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영화와 얼마나 오랫동안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던가. 로맨스 영화를 읽다는 영화사를 돌아보는 동시에 사회상의 변화를 짚어가며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내고 소비한 문화 지형을 설명한다. 로맨스 영화는 예측 가능한 보수적인 장르일까 싶을 즈음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 대한 글을 만나게 되고, <사랑을 카피하다>에 대한 글에서는 진짜 사랑에 대한 영화의 질문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 알게 된다. 어쩌면, 영원한 행복이라는 결말이 영화에 깃든다는 순진한 믿음 속에서 우리는 로맨스 영화를 보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그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르겠다는 낙관이 마음속에 스며든다.”


[저자 소개]

김호빈

문화기획자. 시민들이 독립, 예술 영화를 친숙하게 향유해 문화예술의 저변을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왔다. 인천영상위원회 다양성영화 공공상영관 ‘별별씨네마’(2016)를 기획하고 운영했으며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서울시 생활속민주주의학습지원센터 시민학습 프로그램 ‘디지털 민주주의를 위한 청소년 영화읽기’(2018), 서울문화재단 시민청 문화예술 프로그램 ‘기억과 목소리의 필름살롱’(2020)을 기획하고 강의했다. 서울영상위원회 독립영화공공상영회 ‘인디서울’(2018, 2019) 진행자로 활동했다. 공동체상영 온라인 플랫폼 ‘팝업시네마’에 영화 큐레이션 글을 싣고 있으며, 다양한 인문사회학적 담론과 영화를 연결 짓는 문화기획과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차례]

프롤로그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의혹

1부 오늘날 사랑의 풍경
1 여성주의적 로맨스는 가능한가: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2 퀴어 로맨스가 회복한 것: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3 불감증에 빠진 세계에서 사랑을 꿈꾸는 몸: <아워 바디> 
4 사랑을 위한 경쟁 시장: <더 랍스터> 
5 신자유주의 시대의 가족 로맨스: <토니 에드만> 

2부 위기의 로맨스
6 도시 남녀의 합류적 사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7 로맨스 영화의 고전적 규범을 전복하다: <유브 갓 메일> 
8 사랑의 코드로 사랑을 창조할 수 있을까: <사랑을 카피하다>
9 열정이라는 재난: <아사코> 
10 성적 환상이 낭만적 사랑과 공존할 수 있을까: <체실 비치에서> 
11 오직 ‘너’를 향한 사랑: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겨울 이야기> 

3부 낭만적 사랑의 정치적 확장
12 낭만적 사랑이 만드는 선의지: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13 응답하는 사랑이 형성하는 삶의 존엄성: <셰이프 오브 워터> 
14 사랑은 어떻게 사람을 정치적으로 만드나: <지미스 홀> 
15 땅에 붙들린 사랑의 우주적 궤적: <일 포스티노>, <네루다> 

에필로그 사랑의 마법과 영화 놀이
주 


[책 속에서]

“로맨스 영화란 뭘까? 영화 장르에 대한 학술적 담론에서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드라마에 대한 체계적 논의는 존재하지만 로맨스는 그렇지 못하다. 영화학자 벤 싱어에 따르면, 근대에 탄생한 멜로드라마는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일종의 “유토피아적 신화”였다. 그는 멜로드라마의 근본적인 요소로 강렬한 파토스(정념, 열정)와 과도한 감정을 꼽는다. 로맨스는 멜로드라마와 달리 삶의 바깥이 아니라 그 안에 사랑의 자리를 마련한다. 그래서 연인들이 오래도록 잘 살았을 거라고 얘기한다.” -8~10쪽, <프롤로그> 

“여성주의적 로맨스는 여성이 한 개인으로 존중받으며 사랑하고, 몸과 꿈을 살피면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에서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 자율적인 삶과 낭만적 사랑, 여성의 낙태권과 태아의 생명권 중 하나를 택하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무엇이 이런 딜레마를 낳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32쪽,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자영이] 현주의 판타지를 실행에 옮긴다. 그것은 권력에 대한 투항이기는커녕 정 부장 같은 면접관들, 자신을 유령으로 만든 시선들에 대한 저항에 가깝다. 여기 살아 있는 몸이 있다, 당신들 죽은 몸을 보라. 몸은 세계가 완성된 게 아니라 죽어 가고 있음을 폭로한다.” -55쪽, <아워 바디>

“이제 강렬한 열정 대신 다정함과 진솔함이 낭만적 사랑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열쇠로 제시된다. 해리와 샐리처럼 서로의 감정과 취향을 친밀하게 공유하는 우정은 합류적 사랑의 좋은 기반이 된다. 합류적 사랑에서는 뜨거운 키스가 아니라 상대의 취향이 뭔지, 어떤 것에 예민한지 살피는 일이 로맨틱해진다.” -95쪽,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전통적인 종교나 정치 이념 같은 초월적인 가치가 약화된 오늘날 우리가 품고 있는 보편적인 이상은 뭘까? 정신분석학자 로버트 A. 존슨은 ‘사랑의 열정’이 현대사회의 종교가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현실의 ‘그 사람’보다 ‘그 사람에 대한 열정’을 더 사랑할 때가 많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초콜릿을 만들고 있다니, 너무 설레.” 같은 식이다. 바쿠는 아사코가 꿈꾸던 사랑에 딱 맞는 대상이었고, 아사코는 바쿠와 나눈 ‘열정적 사랑’ 자체를 사랑한다.” -120쪽, <아사코>

“엘라이자와 괴생명체 사이에 시나브로 신뢰가, 우애가, 사랑이 쌓인다. 이 사랑은 세계를 향한 신뢰와 우애, 사랑으로 확장된다. 두려움에 모든 것을 경계하던 괴생명체가 타인과 세계를 향해 자신의 감각을 연다. 그가 엘라이자의 집 아래에 있는 극장에서 경이로운 광경을 마주한 듯 우두커니 서서 영화를 본다. 자신 때문에 생긴 자일스 팔의 상처를 어루만지기도 한다.” -175~176쪽,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사랑이란 최소한 이 세계에 ‘나’ 혹은 사람의 더미가 아니라 ‘너’가 존재함을 아는 것 아닐까? 이때 사랑은 윤리와 정치의 원천이 된다. 내가 ‘너’를 사랑하듯 타인 역시 누군가의 ‘너’로 존재함을, 사랑의 연결망 안에서 이 세계에 무수한 ‘너’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연인’이 되지 않고서 어떻게 그 수많은 얼굴, 그들의 열망과 고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나에 대한 깊은 사랑이, 지미의 정치적 신념의 출발점이자 도착지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로치의 영화 속 신념의 투사들이 연약한 로맨티시스트일 것이다.” -189쪽, <지미스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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