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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후기

친구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청와대에 보내봐라. 창조경제 콘셉트에 딱 맞는 책 아니냐"-<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편집 후기

by 나와 우리의 삶에 기여하는 지식교양 2015. 10. 20.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편집 후기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이토 히로시 지음, 지비원 옮김, 메멘토, 12,000원

 

 

일본 아마존에서 이 책을 산 건 2013년. 당시 우치다 타츠루의 『평가와 증여의 경제학』(한국어판 제목은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을 비롯, 대안의 삶을 실험하는 책들을 찾고 있을 때 눈에 띈 책이다. 사놓고는 오랫동안 묵혀두었다. 먼저 눈이 갔던 책들이 하나씩 팔려나간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뒤늦게 이 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검토자는 금융계에서 퇴직을 하신 친구의 부친. 한 가지 일에 ‘올인’하는 삶을 버리고 작고 소박한 ‘생업’ 여러 가지를 게릴라식으로 운영하는 젊은이의 이야기를 70대 어른은 어떻게 읽으실까. 검토 기간은 거의 한 달. 손글씨로 직접 쓰신 샘플 번역 수십 장이 팩스로 들어왔다. 친구를 통해 전해 들은 평가는 이랬다. “요즘처럼 취직 전선이 아수라장인 불황 시대에 젊은이에게 도움이 될 듯한데, 판단은 전문가가 할 몫. 문체는 간결하여 젊은이들이 흥미를 가질 듯.” 책이 나와서 보내드렸더니 이번에는 이런 메시지가 왔다. “잘 받았고 청와대에 보내라. 창조경제 콘셉트에 딱 맞는 것 아니냐.”
두 번째 검토자는 후지무라 야스유키의 『3만 엔 비즈니스,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를 읽고 영감을 받아 한때 30만 원짜리 일거리를 여러 개 만들어 생활하려고 했던 편집자 선배(이토 히로시는 창업자 양성소에서 후지무라 야스유키를 스승으로 만났고, ‘생업’은 결은 다르지만 3만 엔 비즈니스의 실전 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둔 40대 편집자가 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 차리거나 떠나거나. 어디 출판사뿐이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3, 40대의 고민도 이와 다르지 않을 터. 그 선배는 계획과 달리 편집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지만 마음만은 생업인이라 이 책이 번역 출판되는 데 동의를 했다.
또 한 번의 상세 검토를 마친 끝에 드디어 출간 결정. 책꽂이에 꽂아두고 세월아 네월아 할 때는 언제고, 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왜 이리 조급해지는가. 오퍼를 넣고 재촉을 해가며 번역 작업에 들어갔다. 계약 완료까지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투덜댔지만 열이면 열, 이 책은 흐름을 탈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없던 의욕까지 샘솟았다. 독자들이 이 책을 보고 지금과 달리 살아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면 딱 좋겠다 싶었다.
출간한 지 한 달. 출간 전 분위기와 달리 휴가철에 출간한 탓인지, 분야 탓인지 책에 대한 소리 소문이 없어 머리를 싸매고 그 원인을 분석 중이다. 결과를 예단하기엔 이르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지금은 창업 카테고리를 추가해달라, 일본 서평 기사를 번역해달라, 이런저런 요청, 부탁, 애걸을 하면서 협업자들을 귀찮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긁어모은 관련 정보가 메멘토 블로그(http://mementopub.tistory.com/)에만(!) 쌓이고 있으니 아까울 수밖에. 다 필요 없고 지금 바람은 딱 하나. 또다른 삶을 모색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이 정보들이 널리널리 퍼져나가기를!

 

-<기획회의> 3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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