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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추천: 여자에게 어울리는 장르, 추리소설] 여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읽은 추리소설 독서록

by 나와 우리의 삶에 기여하는 지식교양 2022. 3. 8.

메멘토의 3월 신간 소식을 전합니다. 

<여자에게 어울리는 장르, 추리소설: 시체가 아닌 탐정이 되기로 한 여자들>

 

김용언 지음 | 124*186| 160쪽 | 12,000원

[책 소개]

1.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테리아》 편집장 김용언이 
여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읽은 추리소설 독서록

마샤 멀러의 ‘샤론 매컨’, 수 그래프턴의 ‘킨지 밀혼’, 새러 패러츠키의 ‘V.I. 워쇼스키’ 같은 여성 사설탐정 주인공이 주류로 자리 잡은 것은 언제부터일까? 1980년대다. 그전까지는? 탐정은 물론 남자였고 괜찮은 ‘직업인’으로서 명탐정의 자리는 언제나 백인-중년-남성이 꿰찼다. 문학자 마저리 호프 니콜슨(Marjorie Hope Nicolson)의 언급처럼 “탐정소설에서 여성이 맡은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은 희생자와 악당”이었다. 탐정은 언감생심, “남성 편력 심한 여자, 자기 잇속 차리는 여자, 얼음 공주, 남자 같은 여자, 레즈비언, 노파, 마녀, 천사, 인형, 어린 누이”(95쪽)처럼 그저 ‘쌍년’의 변주로만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스터리 태동기인 19세기 말부터 1970년대까지 여성 작가들은 롤 모델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상상력만으로 여성 탐정과 범죄자를 만들어내야 했다. 미스터리 잡지 《미스테리아》의 편집장 김용언이 범죄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그들의 흔적을 더듬는다. 빅토리아시대부터 1920-30년대 미스터리 황금기와 1920-50년대 하드보일드 시대, 그리고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은 1970년대까지, 저자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며 여성들이 주인공이자 탐정으로 활약할 수 있는 여지를 탐색했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이 책은 그간 남성 작가들에게 가려지고 평가절하되었던 여성 작가들을 만나는 흥분과 그들이 쓴 미스터리가 얼마나 다른지를 확인할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2. 19세기 말 미스터리 태동기부터 20세기 후반까지, 
희생자와 악당을 넘어 탐정이 된 여성 캐릭터와 
범죄소설의 새 지평을 연 여성 작가들의 계보를 찾아서

대표적인 여성 탐정이라면 1920년대 미스터리 황금기에 등장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독신자 할머니 탐정 제인 마플을 빼놓을 수 없다. 미스터리 태동기에는 없었을까? “담배를 피우고 리볼버를 들고 다니며 하수관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크리놀린을 벗어던질 수 있는 여성.” 1864년 익명의 저자가 쓴 단편 「레이디 탐정의 폭로」에 나오는 파스칼 부인에 대한 묘사다. 그는 놀랍게도 1887년 『주홍색 연구』에서 처음 등장한 셜록 홈스보다 앞서서 활동한 여성 탐정이다. ‘러브데이 브룩’(1893~94년 발표) ‘레이디 몰리’(1910년 발표) 같은 초창기 여성 직업 탐정을 만든 캐서린 루이자 퍼키스나 에마 오르치는 당대에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을 픽션에서나마 수십 년 앞서 만들어냈다. 영국 경찰 조직인 스코틀랜드 야드에서 여성을 정식 채용한 때가 1915년이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소설사를 선도한 작가와 작품도 살펴보자. 1930년대부터 출간되어 20세기 중반의 영미권 소녀 독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 ‘(소녀 탐정) 낸시 드루’ 시리즈는 미스터리와 여성, 페미니즘과의 연관성으로 21세기에 다각도로 연구되는 작품이다.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의 1908년 작 『나선 계단의 비밀』은 ‘내가 진작 알았더라면(Had-I-but-Known)’ 유형을 확립시킨 작품이다. 또 남편 로스 맥도널드의 명성에 가려진 작가 마거릿 밀러는 『내 안의 야수』 같은 작품으로 21세기 영미권 범죄소설의 유행 장르인 가정 스릴러(domestic thriller)를 이미 1950년대에 선취했다. 1980년대의 성과에 기여한 70년대 작가로는 어맨다 크로스(컬럼비아대학교 문학 교수였던 여성주의 문학자 캐롤린 하일브런이 페미니스트 탐정 ‘케이트 펜슬러’ 시리즈를 쓰는 작가로서의 필명)가 있다. P.D. 제임스의 1973년 작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1893년에 등장했던 직업 탐정 ‘러브데이 브룩’의 뒤를 잇는 전문 여자 탐정을 80여 년 만에 등장시킨 작품이다. 


3. 여성이 쓴 미스터리는 무엇이 다른가? 
하드보일드의 클리셰를 깨뜨린 작가와 작품들 

1950년대 절정에 달한 하드보일드는 남성 작가가 쓰고 남성 주인공이 등장하며 여성 범죄자를 경멸하고 처단하는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장르는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남성들의 분노와 피해의식을 ‘여성을 대상으로’ 거침없이 표출했다. 저자는 하드보일드 장르의 대표적인 작가인 대실 해밋, 레이먼드 챈들러, 미키 스필레인 등의 서사를 분석하면서 이들이 여성 캐릭터에게 어떻게 혐오와 경멸을 드러냈는지 살펴본다. 
여성 작가가 쓴 하드보일드는 얼마나 다를까? 저자는 비라 캐스퍼리의 1942년 작 『나의 로라』와 도로시 휴스의 1947년 작 『고독한 곳에』가 남성과 여성의 대결 구도 속에서 남성성과 남성의 시선에 대한 선입견과 신화화를 어떻게 경계했는지 살핀다. 특히 『고독한 곳에』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을 처음으로 등장시킨 작품인데, 작가 휴스는 귀향 군인인 연쇄살인범 스틸에게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주지 않는 단호함을 견지한다. 그리고 살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스틸이 범한 가장 큰 실수가 실비아와 그레이라는 두 여성의 시선을 전혀 제어하지 못한 점이었음을 보여주며, 기존 하드보일드 장르가 무시했거나 놓친 진실을 포착한다. 

[저자 소개: 김용언]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테리아》 편집장. 영화 전문지 《키노》, 《필름2.0》, 《씨네21》과 장르문학 전문지 《판타스틱》, 온라인 서평 전문지 《프레시안 books》에서 10여 년간 기자 겸 편집자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문학소녀: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코난 도일을 읽는 밤』,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 『죽이는 책』이 있다.

 

[차례]

들어가는 글 

1장 초기 미스터리 속 여성들
셜록 홈스와 여성 의뢰인들 
선구적인 직업 탐정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의 감상적인 주인공 

2장 황금기의 여성 탐정
상냥한 할머니 제인 마플 
도로시 세이어스의 노련한 정보원들 
소녀 탐정 낸시 드루 

3장 누아르/하드보일드 소설 속 여성들
언제나, 여전히 “쌍년” 
비라 캐스퍼리의 『나의 로라』 
도로시 휴스의 『고독한 곳에』 
마거릿 밀러의 불안정한 여성들
 
4장 페미니즘을 마주한 탐정들
어맨다 크로스의 페미니스트 탐정, 케이트 팬슬러 
젊은 코델리아 그레이의 고난 

나오는 글 

 

[책속에서]

여성 작가들의 미스터리(동료 남성 작가들과 달리 꽤 오랫동안 평가절하됐던)를 한참 뒤에 찾아 읽고는 흠칫 놀랐다. 달랐다. 특히 여성을 묘사할 때, 그리고 당연히 남성을 묘사할 때 달랐다. 인물이 달라지니 사건의 진행 과정과 해결 방법도 달라졌다. 남성 작가들이 쓰지 않았던, 그들이 알지 못했던 현실의 이면을 여성 작가들이 끌어들임으로써 미스터리 장르의 폭이 경이롭게 확장되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6

 

홈스가 19세기 말 자신만만한 대영제국의 영혼을 대변했다면, 마플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 (19세기 말과는 사뭇 다르게) 어느 정도 경제적 자유와 이동의 자유를 얻게 된 당대 여성들의 움직임을 살며시 드러내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54

 

낸시 드루시리즈가 20세기 중반의 영미권 소녀 독자들에게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미국의 예를 들자면 영부인 로라 부시, 영부인이자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최초의 히스패닉계 대법관 소니아 소토마요르, 언론인 바버라 월터스와 다이앤 소여 등이 모두 어린 시절 낸시 드루시리즈(한권이 아니라 시리즈를 전부!)를 독파했으며 이 용감하고 똑똑한 탐정의 모험담이 자신들의 소녀 시절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를 회고하곤 했다. -81

 

하드보일드의 주인공 탐정들은, 황금기 시절의 명탐정에 비교했을 때 여성-악당에 대한 과민반응을 보였다. 많은 경우 혐오와 배척, 경멸에 가까운 감정으로 점철된 과민반응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집착이거나 오해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 혐오의 가면이 당대의 남성 독자들에게 워낙 환영받았기 때문에, 하드보일드 속 여성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무참하게 살해당하거나 처벌받는 결말을 (당연하다는 듯) 맞이했고 이것이 하나의 클리셰가 되었다. ‘팜 파탈이라는 존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89

 

오토 펜즐러는 여성 탐정 교본The Big Book of Female Detectives에서, 1960년대부터 시작되어 1970년대까지 꾸준히 세력을 키워나간 페미니스트 운동이 미스터리의 세계 속으로 점점 진입해 들어왔음을 지적한다. 이 현상의 선구자로서 크로스가 제시한 탐정 케이트 팬슬러와 제임스가 창조한 탐정 코델리아 그레이는 대단히 강렬하고 영감을 주는 롤 모델이었다. -155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여성 작가들이 내놓은 미스터리는 수많은 제약 아래 쓰였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롤 모델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온전히 시대를 앞선 상상력만으로 여성 탐정/범죄자 주인공을 만들어내야 했다. 여성의 목소리 자체가 특이점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절이었던 것이다.

 

20세기를 천천히 가로지르며 조금씩 수가 불어났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여성 작가들이 마침내 21세기에 이르러서 미스터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급기야 2016년에 이르러서는 여성들이 최고의 범죄소설을 쓰고 있는 중이다.”라는 선언까지 등장한다. -157~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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